야구선수들에게 12월은 '육아의 달'이다. 스프링캠프부터 마무리훈련까지 10개월 가까이 돌보지 못한 자녀들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시간이 12월이다. '야구아빠'들은 1월 초 예정된 스프링캠프 소집 날짜에 동그라미를 쳐 놓고, 어떻게 하면 허락된 시간 동안 더욱 알차게 육아에 전념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야구 아빠'들에게 육아가 쉬울 리 없다. 두산 대표 아빠들을 만나 좌충우돌 육아도전기를 들어봤다.
구연동화의 달인, 김선우 "우리집에는 핵폭탄 두 명이 있어요." 김선우는 6살, 4살 난 아들을 둘이나 뒀다. "개구쟁이 중에서도 상위급"인 두 아들 덕에 집안에 남아난 물건이 없다. 툭하면 넘어지는 둘째 아들 정훈이 때문에 손에서 연고를 떼지 못한다. "둘째는 형 성훈이를 따라하고 싶어해요. 아직 몸이 어린데 형을 쫓아가려니 다치지 않을 수 있나요."
김선우는 요즘 구연동화와 총싸움 놀이의 대가가 됐다. 특별한 약속이 있을 경우만 제외하고 밤마다 동화책 3권 읽어주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마운드에서 카리스마를 뽐내던 김선우의 동화책 읽기 실력은 얼마나 될까. 그는 "자체 평가 결과 아이들 반응이 아주 뜨거워요. 다양한 성대모사와 실제 동물같이 흉내 낼 수 있어요"라며 자랑했다. 총싸움 때마다 악역을 맡는 것도 중요한 책무 중 하나다. "총 맞았을 때 억 소리 내며 잘 죽는 것이 포인트"라는 김선우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초보아빠, 이종욱·정재훈 9개월 된 딸 예소를 둔 이종욱은 틈만나면 딸에게 얼굴을 들이민다. "아기가 태어난 후 곧 시즌이 시작됐어요. 자주 만나지 못해서인지, 제 낯을 가리더라고요." 24시간 예소에게 딱 붙어 앉아 있는 까닭은 또 있다. "예소가 이제 일어서고, 주변 물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혹시 귀한 딸이 다칠까 싶어 장난감 하나를 들 때도, 누워서 자리를 뒤집을 때도 시선을 고정한다. 이종욱은 "요즘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닫고 있다"며 한숨 쉬었다.
그는 "예소를 돌보는 느낌은 '어메이징' 자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훌륭하다"고 했다. 외모 자랑도 빠질 수 없다. "아기가 눈은 나를 닮아 크고, 피부 색깔은 엄마를 닮아 하얗다"고 했다.
정재훈은 태어난 지 딱 한 달 된 딸 아연이를 위해 기꺼이 새벽잠을 포기했다. 아내 대신 '야간 및 새벽조'를 맡았다는 그는 "이제 아연이 우는 것만 봐도, 요구사항이 뭔지 다 알 수있다"고 큰소리쳤다. 정재훈에 따르면 아기가 우는 이유는 "배고플 때, 똥쌌을 때 그리고 그냥."
우유가 먹고 싶을 때는 작은 입술을 오물오물 거리며 운단다. 기저귀가 불편할 때는 오만 짜증을 다부린다. "두 시간 마다 운다. 농담이 아니다. 너무 힘들다"며 잠시 하소연하던 정재훈은 "마무리 훈련 때 아연이가 세상에 나왔어요. 함께 있어주지 못해 미안함이 큽니다. 단 한 달만이라도 딸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saltdol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