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길씨는 송이버섯 대신 송로버섯, 한우 대신 전복 등을 넣어 '10만원 떡볶이'를 만들어 보였다. 고급 재료를 쓰면 10만원보다 훨씬 비싼 떡볶이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김민규 기자. 10만원짜리 떡볶이가 화제다. 시중에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유명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지난 27일 있은 농림수산식품부의 2011년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떡볶이에 송이버섯과 고급 한우를 넣으면 10만원짜리도 만들수 있다"고 하면서 인터넷에 인기 검색어가 됐다. '2000원 남짓만 주면 사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음식 겸 길거리 음식인 떡볶이를 10만원에 판다?'. 콜롬부스적인 발상이다. 그래서 만들어봤다. 그리고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10만원이 넘는 떡볶이가 있다면 사먹겠는가? 일반인들은 "미쳤냐? 떡볶이를 10만원에 사먹게. 차라리 다른 맛좋은 음식을 먹는게 더 났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무슨 맛인지 한번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는 젊은층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학생 김지민씨는 "아무리 한식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떡볶이는 떡볶이일 뿐이다"며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며 군것질 음식이 떡볶이인데 그것을 10만원에 판다는 것은 좀 지나친 발상의 전환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30대 회사원 이은지씨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그녀는 프리미엄 떡볶이를 추구하는 '베거백'에서 가끔 1만4500원하는 닭갈비 떡볶이를 사먹는다고 한다. 보통 떡볶이보다는 배이상 비싸다. 이은지씨는 "닭갈비 떡볶이는 여자 두명이 먹을 수 있어 그렇게 가격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는다고 해도 10만원짜리 떡볶이는 누가 사준다면 모를까 내돈내고 먹기는 힘들 것같다"고 부정적인 답을 내놓았다.
'주재료인 떡보다 부재료가 더 비싼데 이것이 과연 떡볶이라고 해야 하느가'라고 반문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에드워드 권의 주장처럼 최상급 한우와 송이버섯을 넣어 떡볶이를 만들었다고 가정한다면 나는 그것을 떡볶이로 부르지 않고 한우 스테이크라고 부르는 것이 손님들에게 더 착한 가격으로 다가가지 않겠나 생각해요." 회사원 조현호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컨설턴트일을 하는 김상한씨는 "어떤 분위기의 식당에서 어떤 사람을 주타깃으로 하는 지가 궁금하다. 그냥 보통 분식점이나 일반 레스토랑에서 10만원한다면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어다 해도 굳이 사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그러나 외국손님을 접대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장소에서 10만원한다면 한번쯤 주문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김씨도 계속해서 사먹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10만원짜리 떡볶이가 정말 있다!인터넷 검색 결과, 정말 10만원짜리 떡볶이가 존재했다.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 올라있는 '10만원짜리 떡볶이는 어떤 맛일까'라는 제목으로 올라있는 글을 보면 '신선한 해물을 곁들인 떡볶이'의 가격이 10만원이다. 그러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식당이나 분식집의 떡볶이가 아니다. 술잔이나 화채 그릇 등이 보여 아마도 유흥주점의 안주인 것으로 추정된다. 떡볶이도 특별나지 않고 평범한, 시중에서 파는 그저그런 떡볶이다.
▲값을 올리는 게 고급화?고급 재료를 사용해 값을 올린다고 해서 고급 음식 대접을 받으며 손님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까. 고가정책을 추구하던 '운암정'과 '가온'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카지노 이용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강원랜드의 한정식 전문점 '운암정'의 경우 1인분에 35만원짜리 진어별만찬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조선 22대 정조의 모친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상 차림을 바탕으로 꾸민 상차림인데 자라와 홍삼이 어우러진 홍삼 용봉찜 등 진귀한 메뉴 20여가지가 한상 가득 나온다. 그러나 이를 찾는 사람은 1년동안 60명 밖에 되지 않아 지금은 유명무실한 메뉴가 됐다.
한식 고급화의 기치를 내걸고 조태권 광주요 대표가 2000년대초 서울 강남에 오픈했던 '가온'에서는 30만원짜리 홍계탕을 팔았다. 삼계탕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홍삼과 닭·버섯·전복 등의 재료가 들어갔다. 중동 두바이 왕자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먹고 "맛있다"고 감탄했을 정도였다. 또 2007년 '뉴스위크''뉴욕 타임즈'에서 소개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그렇지만 유명세만큼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결국 영업부진으로 가온은 2008년 문을 닫았다.
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