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관(45) FC 서울 신임 감독은 29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예전 동료들이 K-리그 지도자로 많다. 이제 적장으로 만나게 됐다. 벌써 대결이 기대된다"고 했다. 내년 시즌 황보 감독과 대결할 예전 동료는 한 둘이 아니다. 황보 감독은 1990 이탈리아 월드컵 멤버였다. K-리그에는 황보 감독을 포함해 이탈리아 대회 출전멤버가 6명이나 된다. K-리그 16개팀 중 37.5%에 이르는 최대 파벌이 됐다. 박경훈(49) 제주 감독을 비롯해 이영진(47·대구)·최강희(49·전북)·최순호(48·강원)·황선홍(42·포항) 등 40대 지도자들이 전국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공교롭게도 2011시즌은 K-리그 지도자계의 세대교체 의미가 크다. 2010시즌 1986 멕시코 월드컵 멤버와 이탈리아 대회 멤버는 5대 5로 같았다. 차범근(57) 전 수원 감독·조광래(56) 전 경남 감독·박경훈·최순호·허정무 인천 감독 등이 멕시코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차범근 감독이 시즌 도중 퇴진했고 조광래 감독이 대표팀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이 허정무 감독은 K-리그로 복귀했다. 박경훈 감독과 최순호 감독은 두 대회에 모두 출전한 멤버들이다.
하지만 내년 시즌 멕시코 멤버는 박경훈·최순호·허정무 감독으로 줄었다. 5대 5에서 3대 6으로, K-리그의 중심은 멕시코 세대에서 이탈리아 세대로 이동했다. 게다가 허정무 감독은 이탈리아 대회 때 트레이너로 지냈고 부산 아이파크 수석코치로 부임한 이상윤 전 MBC 해설위원도 이탈리아 멤버다.
이탈리아 세대는 선배들을 위협할 만큼 성과를 내고 있다. 2009 시즌 최강희 감독이 전북 현대를 우승시켰고 올 시즌 2위를 한 박경훈 감독의 제주 유나이티드는 돌풍의 주역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부산 아이파크를 올해 FA컵 결승에 올려놓았다.
박용철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 부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40대가 주류로 나서고 있다. K-리그도 마찬가지다. 감독간의 인연이 깊으면 스토리가 풍부해진다. 내년 시즌 얘깃거리가 많아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