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카타르 아시안컵 2차전 상대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는 누구일까. K-리그 팬들이라면 사샤(성남)를 꼽을 것이다. 하지만 사샤가 한국에 오기 전 국내 축구팬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호주 선수는 해리 큐얼(33·갈라타사라이)이었다.
리오 퍼디낸드(현 맨유)·앨런 스미스(현 뉴캐슬) 등과 1990년 후반 리즈 유나이티드의 전성기를 이끈 큐얼은 2003년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뒤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와 환상적인 왼발 기술로 전 세계 여성팬을 사로잡았다. 지난해에는 자가면역성간염이라는 완치가 불가능한 희귀병과 9년째 싸우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인간 승리의 대명사로 큰 감동을 줬다.
2002년 병이 발견됐을 당시 5년 정도 밖에 살수 없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던 큐얼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약물 주사를 맞아가며 지금도 그리운드를 누비고 있다. 어느새 은퇴를 바라보는 노장이 됐지만 큐얼은 유럽 무대 개척자·타고난 실력·뛰어난 외모·인간성 등 호주 축구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 큐얼을 6일 오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만났다. 호주 대표팀의 일원으로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 도하를 찾은 큐얼이었다. 세월이 흐른 만큼 꽃미남의 모습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지만 서글서글한 눈매와 훈훈한 미소는 여전했다.
큐얼은 "한국전에 뛸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한국은 박지성을 중심으로 아주 단단히 뭉쳐있는 강한 팀이다. 호주와 한국의 만남은 흥미로운 대결이 될 것같다. 축구선수로서 기대가 된다"고 말하며 호주 대표팀 동료들과 함께 입국장을 빠져나갔다.
도하=김종력기자 [raul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