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에게는 생활 체육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입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수장을 맡고 있는 윤석용 회장(60)은 인터뷰 내내 생활체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2009년 11월 대한장애인체육회 2대 회장으로 취임한 윤 회장은 "1년 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장애인 가운데 체육 활동을 하는 사람이 7~8%밖에 안된다. 선진국의 경우 50% 정도가 생활체육을 즐기고 있다. 임기 동안 최소한 10%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서울 강동을)이기도 한 윤석용 회장은 하루에 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는다. 특히 윤 회장은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이다. 정상인도 힘든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도 윤 회장은 지난해 국정감사 우수의원, 친환경 베스트 의원, 대한민국 바른 지도자상 의정대상, 법안발의 우수의원 등 4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윤 회장은 항상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그 비결을 물었다. "남들은 내가 한의사 출신이니깐 무슨 특별한 보약을 먹는 줄 아는데 전혀 그런 것은 없다. 어려서부터 복싱으로 다져진 체력 때문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윤 회장이 장애인들에게 생활체육을 강조하는 이유다. "어려서 소아마비 때문에 창피해 공중 목욕탕도 제대로 가지 못했다. 그러다 복싱을 배우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생활체육은 장애인들에게 체력 증진은 물론 일반인들과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장을 마련해준다."
다음은 윤석용 회장과의 일문 일답
-취임 1년을 맞이했는데."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 장애인 선수들은 불굴의 투지와 열정으로 밴쿠버 동계올림픽 컬링에서 은메달,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아직도 생활체육에 대한 장애인들의 인식과 관심이 부족하다. 남은 임기 3년 동안 장애인 생활체육 참가를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선진국에 비해 장애인 생활체육 참가가 저조한 이유는."일단 장애인들이 생활체육을 즐길만한 시설이 부족하다. 또한 장애인들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 생활체육 용품이 비싼 것도 문제다. 전반적으로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컬링 대표팀의 경우 연습장을 구하지 못해 수영장 물을 얼려서 연습하곤 했다. 일반 체육시설을 장애인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먼저 필요하다. 일반 시설을 장애인들이 의무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할당제 법안을 국회에 발의해 놓은 상태다."
-생활체육 참가자를 늘리기 위한 대책은."생활체육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 장애인도 있다. 2년 전부터 16개 시·도 장애인 체육회에서는 전문 장애인생활체육지도자들이 장애인을 직접 찾아가 개별적 맞춤 프로그램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들에게 생활 체육이 필요한 이유는."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세상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다. 또한 지속적인 체력 훈련은 물론 세상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체육만한 게 없다."
-예산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전체 예산 300억원 가운데 국고 지원은 4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받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기금 가운데 대부분이 스포츠토토 수익금이다. 그런데 지난해 스포츠토토에 레저세를 부가하는 방안이 검토된 적이 있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되면 장애인체육회 예산도 크게 줄게 된다. 지금도 부족한데 말도 안 되는 법안이다. 다행히 2~3개였던 후원사가 스포츠토토, 신한은행, 린코리아, (주)대경산업, (주)한국청과, 코스콤, 장수돌침대 등 8개로 늘었다. 장애인의 98%가 후천성 장애이다. '인생은 장애인으로 가는 코스'이다.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을 위한 실업팀 창단도 필요한데."큰 국제대회가 끝나면 선수들이 돌아갈 곳이 없다. 대부분의 장애인선수들이 운동과 생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실업팀이 9개(60명) 밖에 없다. 독일의 경우 제약회사인 바이엘 사에서 장애인 실업팀만 5개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이탈리아 등에서는 한국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장애인 실업팀 창단이 어렵다면 일반 실업팀에 2~3명 정도만 장애인 선수들을 편입하는 방식을 도입해도 좋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계획은."생활체육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역점을 두겠다. 장애인 지도자 육성 아카데미를 포함해 고가의 장애인 스포츠 용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는 렌탈은행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장애인들이 스포츠를 통해 좀 더 사회에 빨리 적응할 수 있고 각 시도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동호회 등을 활성화시키겠다."
문승진 기자 [tigers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