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새해초부터 일일극 '폭풍의 연인' 조기종영을 결정하는 등 시청률 위주의 고무줄 편성으로 원성을 듣고 있다. 제작진의 의견은 무시된 채 고위 경영진의 고압적인 명령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폭풍의 연인'은 애초 120회로 기획됐던 일일극. 지난 해 11월 17일 첫방송된 후 5%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지자 두달도 안 돼 조기종영 통보가 떨어졌다.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반발이 일어나 현장에서 촬영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이에 MBC는 '2월초 50회까지 방송하고 정리하라'는 방침을 '2월말 70회까지 방송'으로 수정했다. MBC 내부에서도 '성급하다'는 비난이 나왔다. 6개월 이상 방송되는 일일극의 특성상 차후 시청률 반등의 기회가 있을 수도 있는데 눈 앞의 성적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시청자들도 '볼 권리에 대한 침해'라며 비판했다.
MBC는 지난해부터 시청률에 급급한 편성을 단행해 물의를 빚었다. Mnet '슈퍼스타K 2'의 고공인기에 편승해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을 긴급편성한 후 갖은 부작용으로 홍역을 치렀다. 간신히 10%대를 넘어 체면치레를 하고 있지만 '오디션 참가자들의 실력이 떨어진다' '준비가 미숙했다' 등의 혹평이 따라다니고 있다. '위대한 탄생'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에 가을개편 때 함께 편성됐던 '여우의 집사'는 9주만에 폐지됐다.
시청률이 3.7%까지 떨어졌던 게 원인. 패인은 역시 '준비미숙과 판단미스'였다. '뉴스후' 등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예능을 늘여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전략을 펼쳤지만 식상한 포맷을 무작정 밀어부치기만 해 실패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그 외에도 '하땅사'가 평균 6%대 시청률을 보이다 지난해 5월 조기종영됐고 '꿀단지'도 10월 폐지됐다. '일요일 일요일밤에-뜨거운 형제들'도 시청률이 떨어지자 멤버 교체를 단행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방송사가 시청률을 신경쓰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하지만 최근 MBC의 편성은 너무 무리한 구석이 많다. 성질 급한 고위 관계자의 말에 제작진이 너무 휘둘리는 것 같아 보기 안 좋은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