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우여곡절 끝에 2011시즌 연봉재계약을 완료했다. 성과주의 취지로 신연봉제도를 적용했으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신연봉제도는 그동안 구단내부평가로만 이뤄지던 선수 고과를 '내부고과(50%)+외부고과(50%)+내부평가(±10%)'로 산정했다. 하지만 외부평가가 승리공헌도(윈세어·WS)만으로 이뤄져 공정성과 합리성에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선수들은 연봉산정기준을 기준을 놓고 선수간, 과거와 현재간 형평성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연봉협상은 거의 구단 뜻대로 결론났다. LG는 내년 시즌에도 신연봉제도를 적용한다. LG 관계자는 "제도가 바뀌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고, 손해를 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수정 보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1년 전부터 준비하다LG는 올해 초 신연봉제도 적용을 프리젠테이션과 개별면담을 통해 선수단에 알렸다. 하지만 이전 고과평가도 완벽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롭고 생소한 제도 도입은 선수들에게 혼란을 줬다. 결국 연봉협상테이블에서 서로 얼굴 붉히게 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더구나 LG 선수 몇몇은 첫 연봉협상 시 구단의 제시액을 알고 있었다. 과정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협상 시작 전 구단 제시액이 상당수 외부에 먼저 공개됐기 때문이다.
마무리캠프를 흔들다LG는 마무리캠프부터 연봉계약을 시작했다. 곧 난관에 부딪혔다. 신연봉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의심하는 기류가 흘렀고, 몇몇 고참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나왔다. 선수들은 '과거 성적과 비교해 현재 인상폭 차이'를 두고 보상심리를, '타선수 인상폭 기준'을 두고 형평성을 이야기했다. 승리공헌도가 투수보다 야수에, 불펜보다 선발에 유리한 구조로 평가된다는 사실에 선수단 내 불신이 싹텄다. 또 봉중근과 이택근이 신연봉제도 적용 예외자라는 사실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졌다.
협상 여지가 없다구단은 요지부동이었다. 포수 조인성은 미계약 탓에 사이판 전지훈련 출발 구단버스에 앉아 있다 내려야 했다. 심수창·경헌호 등은 버스 출발 직전에야 사인했다. 구단은 연봉 협상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 틈 없이 '미계약자는 전훈 참가 불가'를 적용했다. 선수단 사이 신연봉제도가 구단주 의지여서 구단 제의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렀다. 과거 실적은 통째로 무시됐고, 부상 재활 중인 선수도 예외없이 삭감대상이 됐다. 구본준 구단주는 LG에 '독한 DNA'를 주문했다. 구단은 연봉협상 과정에서 독한 DNA까지는 아니더라도 '독기'는 확실히 심었다.
합리적인 평가인가내부평가는 약 200여개 항목으로 평가되지만 외부평가는 승리공헌도 하나로만 평가된다. 하나의 수치가 선수 한명의 한시즌의 50%의 기준인 셈. 외부평가 연봉산정은 동일수준 승리공헌도를 기록한 타팀 선수 연봉수준과 비교 결정되나 전년도 연봉이 기준이다. LG는 1년 전 연봉수준을 적용 산정하는 셈이다.
프로야구 특수성에 대한 배려도 없다. 구단 제의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타 팀으로 이적할 방법이 없다. 또 야구는 팀 경기다. 팀 성적 내에 개인 기여도를 반영하는 측면은 바람직한 시도다. 하지만 개인종목은 후원계약 등을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개인종목 선수와 동일하게 비교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