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특종 보도<1월 21일자 1면>로 확인된 김병현의 일본프로야구 라쿠텐 입단은 약 2개월간 천천히, 그리고 멈췄다가 다시 움직이고 다시 멈추는 '지구전이었다. 우여곡절 김병현의 라쿠텐행을 정리했다. 지난 25일 김병현(32)이 일본 미야기현 센다이에 나타났다. 기다리고 있던 라쿠텐 구단 관계자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김병현의 등장 자체가 놀랍다는 느낌이었다.
라쿠텐 관계자들은 지정병원을 찾아 신속하게 김병현의 메디컬체크를 실시했다. 몇 시간 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계약서를 내밀었다. 김병현은 별 고민없이 사인했다. '혹시 김병현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라며 고심했던 라쿠텐 프런트는 그때서야 한숨을 돌렸다.
김병현의 라쿠텐 입단을 도운 이동훈씨는 "정말 신속하고도 조심스럽게 계약이 이뤄졌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구단 사무실 대신 시내 모처에서 비밀리에 만나 일을 처리했다"고 전했다.
라쿠텐은 계약서에 사인을 받기 직전까지 김병현에 대한 '의문'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피츠버그 스프링캠프 이탈,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여권 분실로 인한 훈련 불참 등 갖가지 해프닝 때문에 생긴 이미지 때문이었다.
게다가 김병현은 라쿠텐과의 계약과정에서도 미스테리한 일면을 보였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지난달부터 두 차례 정도 계약 제안이 있었지만 병현이가 답을 미뤘다"고 밝혔다. 그러자 라쿠텐은 '김병현이 계약의사가 없는 것 아닌가'라며 걱정했다.
계약이 늦어지자 라쿠텐은 지난주 이동훈씨를 통해 계약 최종안을 보냈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이 명시된 최종 제안이었는데, 더 미뤄지면 계약이 틀어질 염려도 있었다. 김병현은 나흘 뒤 일본으로 직접 건너가 계약서에 사인했다. 연봉 40만 달러에 별도의 인센티브를 내건 1년 계약이었다.
이 자리에서 오히려 김병현은 "3년 정도의 공백이 있었는데 받아줘서 감사하다"며 라쿠텐에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이동훈씨는 "김병현이 시시콜콜하게 얘기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감독에 대한 좋은 느낌도 계약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또 센다이가 도쿄·오사카 다음으로 한국 교민이 많은 점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병현은 지난해 11월16일 라쿠텐에서 입단테스트를 받았다. 이동훈씨에 따르면 김병현에게 당시 피칭은 '중간고사'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일단 잠재력을 보여주고 계약이 되면 다시 기량을 점검받고 싶어했다.
박 위원은 "김병현이 12월 미국으로 넘어가 제대로 몸을 만들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말 득녀를 하면서 훈련을 하지 못해 계약이 미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작에 마무리 될 일이었지만 몇 차례 일정이 틀어지면서 두 달이 지나서야 계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
김병현, 日 라쿠텐 계약…1년 4억4700만원
[단독] 라쿠텐-김병현, 계약에 시간 끈 이유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