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4연승으로 한국의 대회 10번째 우승을 이끈 최철한 9단.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4연승으로 한국의 대회 10번째 우승을 이끈 최철한 9단.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사진제공=한국기원
지난 20일 중국 상하이에서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독사'란 별명을 가진 최철한(26) 9단이었다. ‘제12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이하 농심배)에서 한국의 네 번째 주자로 나선 그는 파죽의 4연승을 달리며 한국의 대회 10번째 우승을 확정지었다. 개인 전적 1승 4패로 열세에 있던 중국 최강 콩지에 9단을 포함해 그가 상대한 4명은 중국과 일본의 최정예였다. 최 9단이 무너졌다면 마지막 주자인 이창호 9단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우승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이창호·이세돌의 원투 펀치에 이어 한국의 '쓰리 펀치'로 떠오른 최 9단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 이번을 포함해 농심배에 5번 출전, 모두 우승을 했다.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는 농심배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것 같다. 이전 4번의 대회에선 창호 형(이창호 9단)이 마지막 주자로 나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예전에 비해선 나도 많이 성장했다. 이번엔 창호 형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특히 창호 형은 신혼이고 형수와 함께 왔다. 호텔에서 전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이 9단이 고맙다는 표현을 했나. "창호 형은 원래 말을 아끼는 스타일이다. 특별히 고맙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우승 후) 표정이 편해 보였다. 창호 형이 '나는 관광하러 왔다'고 농담은 던졌다. 창호 형이 어떤 부담을 가지고 있었을 지 짐작이 간다. 형수가 우승을 더 좋아했다."
- 강자들을 상대로 4연승을 거뒀다. 연승을 기대했나. "부산에서 1승, 상하이에서 3연승 했다. 상하이 상대(중국 저우루이양 5단·콩지에 9단·일본 유키 사토시 9단)만 보면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선수들이었다. 한국이 당시에 금메달을 땄기 때문에 그 때의 기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내가 콩지에 9단에게 지더라도 창호 형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역시 콩지에 9단이었다. 그러나 내가 할만큼 했다는 생각에 부담은 없었다. 첫 판(부산)에서 맞붙은 일본의 다카오 신지 9단 대국이 가장 부담스러웠다. 컨디션도 좋지 않았던 데다 1승은 해야겠다는 부담이 컸다. 세계 대회에서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는데 이번에 조금 만회한 것 같다."
- 농심배 우승 후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그냥 쉬고 싶었다. 농심배 우승의 기쁨을 방에서 혼자 만끽했다. 관련 기사 보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축하 문자도 많이 받았다."
- 2007년 말부터 열애 중인 여자 친구인 윤지희 3단을 소개해달라. "프로 기사이면서 바둑 해설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3살 아래인 여자 친구가 대국을 앞두고 '잘 할 수 있어'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게 큰 힘이 됐다."
- 별명이 '독사'(어린 기사들에게도 봐주지 않고 두기 때문에 얻은 별명)다. 마음에 드나. "독사는 사람의 털끝을 쭈뼛하게 만들 정도로 인상이 나쁘면서 맹렬하고 사납다. 이전에는 이 별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바둑판 위에서 맹렬하고 사나와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