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봉 협상에서 가장 화제를 뿌렸던 선수는 LG 박명환(34)과 롯데 이대호(29)다.
박명환은 프리에이전트(FA) 계약 마지막 해인 지난해 연봉이 5억원이었다. 올해 연봉은 5000만원으로 무려 90% 깎였다. FA 계약 4년 동안 14승에 그친 탓. 2008·2009년엔 1승도 없었다. 박명환은 "돈보다 명예회복이 우선"이라며 계약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박명환의 사례는 최근 구단의 연봉 책정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성적이 나지 않으면 곧바로 대폭 삭감이다. 소속 팀 LG는 아예 연공서열보다는 한 해 실적을 강조한 신연봉제도를 도입했다.
현대 유니콘스가 재정난으로 문을 닫은 후 상승 곡선을 그리던 선수단 연봉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2006년 12.3%였던 평균 연봉 상승률은 이듬해 4.9%로 떨어졌다. 히어로즈가 창단한 2008년엔 18년 만에 마이너스(-5.9%)였다. 2009년엔 5.6%, 지난해에도 3.2%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 우승팀 SK는 고효준을 제외한 전 선수와 재계약을 했다. 고효준을 제외한 2011년 연봉 총액(이하 신인·외국인 제외)은 58억79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6.6% 인상에 그쳤다. 2009년 우승팀 KIA가 이듬해 20% 인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물론 SK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성적이 좋아서 평균 연봉이 훌쩍 올랐다. '선심성 인상'을 할 이유가 없었다. 연봉 재계약을 끝낸 구단 가운데 삼성은 연봉 총액(47억7300만원)이 지난해보다 4.6% 감소했다. 고액 연봉 선수인 양준혁과 박진만이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최하위 한화는 지난해보다 6.3% 줄었다.
롯데 이대호는 연봉조정에서 패배했다. 이대호는 지난해 타격 7관왕과 MVP를 따낸 뒤 연봉 7억원을 요구했다. 롯데의 제시액은 6억3000만원이었다. 롯데 구단은 "타 선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7억원은 불가"라는 입장이었다. 연봉조정위원회는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정작 롯데가 올해 선수단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구단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25일 현재 미계약 선수인 문규현과 이승화를 제외한 연봉 총액은 48억9800만원. 역시 두 선수를 제외한 지난해 총액(41억500만원)보다 무려 22.2% 올랐다. 돈을 쓰고도 욕을 먹은 셈이다. 2008년 창단과 함께 선수단 연봉을 대폭 축소했던 넥센도 올해는 총액을 14.0% 인상시켰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