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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16득점’ KT, 전자랜드 꺾고 2.5경기차 선두
미리보는 챔피언결정전에서 부산 KT가 웃었다. 조성민(부산 KT)이 해결사였다.
조성민은 9일 부산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 프로농구 홈 경기에서 16점을 터뜨려 팀의 86-77 승리를 이끌었다. 29승10패가 된 KT는 2위 전자랜드(26승12패)를 2.5경기 차로 밀어내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KT가 4라운드에서 8승1패를 거두는 등 매 라운드(9경기) 6승 이상을 쌓고 있어 전자랜드의 추격이 쉽지 않다. 4연승을 마감한 전자랜드는 3위 KCC에 2.5경기 차로 쫓기는 신세가 됐다.
경기 전 양팀 벤치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KT와 전자랜드는 아직까지 정규리그 우승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나란히 1위와 2위에 올라 있는 이번 시즌이 두 팀에겐 정규리그 우승의 호기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기회가 왔을 때 잡겠다”고 했고, 전창진 KT 감독 역시 “작년에 아픈 경험이 있는데 두 번 당하진 않겠다”고 했다. KT는 지난 시즌 프로농구 역대 최다 40승을 거두고도 울산 모비스에 득실차로 밀려 2위에 그쳤다.
정규리그 준우승이 결국 4강 플레이오프 탈락(KCC, 1승3패)으로 이어져 더욱 뼈아팠다. 전 감독은 “선수들에겐 특별히 얘기한 게 없다. 모든 선수들이 이 경기에 지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KT는 4쿼터 시작하자마자 전자랜드 문태종에 3점슛을 얻어맞고 63-58로 끌려갔다. 순간 사직체육관엔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문태종은 4쿼터만 되면 펄펄 나는 특급 슈터였다. 문태종 덕분에 전자랜드는 뒷심이 좋았다.
위기의 순간, 조성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조성민은 곧바로 3점슛과 추가 자유투를 넣어 흐름을 되돌리더니, 70-70으로 맞선 종료 3분 전께에는 중거리슛과 골 밑슛을 잇달아 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4쿼터에만 10점이었다. 이날 만큼은 문태종이 아닌 조성민이 4쿼터의 사나이였다.
전창진 감독은 “전반 끝나고 조성민의 공격 박자를 바로 잡아줬는데 중요한 순간에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며 흐뭇하게 웃었다. KT는 조성민 외에도 박상오가 24점을 터뜨리는 등 주전 5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활약했다.
전자랜드는 막판 심판의 휘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경기를 그르쳤다. 70-72로 뒤진 종료 3분26초 전, 심판은 두 팀 선수가 다투다 밖으로 나간 공을 두고 KT의 공격권을 선언했다. 유도훈 감독이 거칠게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결국 흥분한 전자랜드 선수들은 연거푸 실책과 파울이 쏟아내며 무너졌다. 4쿼터에만 7개의 턴오버가 나왔다.
전창진 감독은 지난 시즌의 아픔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듯 승부가 기운 뒤에도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전자랜드와 득실차를 따져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선수들에게 마지막까지 공격해달라고 부탁했다. 오늘 경기로 20점 차이를 벌려 6라운드 맞대결에서 한결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KBL는 정규 시즌 승수가 같으면 두 팀간 골득실로 우승팀을 가린다.
부산=김우철 기자 [beneath@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