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겐 고민이 있다. 제9구단 창단 우선협상권자 엔씨소프트에 대한 선수 지원 방안이다. 신생 구단의 전력은 당연히 떨어진다. 하지만 '만년 하위팀'이 생기는 건 프로야구 전체 흥행에서 악재다. 구단주들을 방문해 '읍소'할 생각도 있다.
야구 규약 8조 2항은 "신생 구단 창단 시 각 구단 보호선수 20명 외 1명씩을 지원"하는 등 총 12명을 지원하도록 정하고 있다. KBO는 현행 규정으로는 신생 구단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최대 42명을 지원하는 안을 짰지만 기존 구단의 반발이 걱정이다.
지원 선수 수 못지않게 논란이 일 부분은 트레이드머니다. 2000년 SK가 창단할 때 기존 7개 구단은 보호선수 25명 외 1명씩을 지원했다. 트레이드머니는 10억원이었다. 당시 SK로 이적한 선수는 강병규(두산)·김태석(롯데)·김충민(한화)·송재익(삼성)·장광호(현대)·권명철(해태)·김종헌(LG). 10억원의 가치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7명 가운데 5명은 2000년 시즌 뒤 은퇴했다. KBO 관계자는 "당시 구단들은 선수 육성에 비용이 들었다는 논리를 앞세웠다. 하지만 결국 SK의 가입금(240억원)을 나눠먹기 한 셈이었다"고 말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엔씨소프트가 기존 구단으로부터 선수를 받는다면 대가를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기존 구단도 10억원 가치가 있는 선수를 10억원에 팔아야 한다. 경기에 제대로 뛰지도 못할 선수를 건네주며 거액을 챙기는 건 상도의에 어긋난다. KBO는 당초 선수 1인당 양도금을 5억원으로 한 안을 준비했지만 일부 구단은 "15억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KBO 이사회는 2월 8일 9구단의 가입금을 '50억원 이상'으로 정했다. 1996년 현대의 태평양 인수 금액(470억원)이나 2000년 SK의 가입금(240억원)과 비교하면 낮은 액수다. 이사회가 이 금액을 승인한 이유는 결국 가입금은 KBO 금고로 들어가는 돈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가입금은 트레이드 머니를 더한 금액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새 구단이 프로야구에 진입하며 내는 돈을 기존 구단들이 나눠갖는 게 온당한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총액이 얼마가 됐든 어차피 8개 구단이 나눠가지면 많지 않은 액수가 된다. 장기적인 야구 발전을 위해 쓰여지는 게 더 낫다. 좋은 선례도 있다. SK는 지난해 KBO 이사회 결정에 따라 과거 현대 구단 연고지 분할 보상금으로 16억원을 받았다. SK로선 정산까지 9년이 걸린 숙원 사업이었다. SK는 이 돈을 모두 야구 장학기금과 인천 지역 리틀야구장 건설비로 내 놨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