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수의사들이 휴대용 X레이 사진 촬영기를 이용해 경주마의 발목 뼈를 살피고 있다. 작은 사진은 초음파로 경주마의 건강을 살피고 있는 모습. KRA한국마사회 제공 한국마사회 수의사들이 휴대용 X레이 사진 촬영기를 이용해 경주마의 발목 뼈를 살피고 있다. 작은 사진은 초음파로 경주마의 건강을 살피고 있는 모습. KRA한국마사회 제공
요즘 전국이 구제역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말은 안전하다.
구제역이란 소·돼지 등 발굽이 두 개로 갈라져있는 동물들의 급성전염병으로 치사율이 5~55%에 달한다. 무엇보다도 뚜렷한 치료약이 없어 감염이 확인되면 가축을 소각하거나 매몰한 후 주변을 방역하는 게 전부다. 말이 구제역에서 안전한 것은 바로 말의 발굽에 있다. 말은 굽이 하나인 기제류라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는다. 때문에 전국 축산농가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구제역이 창궐해도 말은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말에게도 치명적인 전염병이 있다. 말의 전염병 중 폐사율이 가장 높은 것은 ‘아프리카마역’과 ‘수포성내구염’ 등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발병 사례가 없고 철저한 검역으로 질병의 예방이 가능하다.
국내 경마와 말 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전염병은 2007년도 호주와 일본 경마를 중단시켰던 ‘말 인플루엔자’다. ‘말 인플루엔자’는 폐사율이 높지는 않지만 전염성이 어느 질병보다 강하다. 단 1마리만 감염돼 경마공원에 들어오면 경마 자체가 중단될 정도로 위험도가 높은 무서운 전염병이다. 이 때문에 말의 수출입시 발급되는 여권에는 ‘말 인플루엔자’ 접종에 대한 증빙란을 별도로 두고 있다.
또 세균으로 감염되는 ‘말 선역’이라는 질병과 여름철에만 주로 발병하며 모기에 의해 감염되는 ‘일본뇌염’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병들은 감염성이 높아서 경마산업에서는 주의가 요구되는 전염병이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이 같이 다양한 말 관련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질병관리를 위해 방역담당 부서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되어 국가검역이 끝난 말과 KRA 한국마사회 사업장간에 직통으로 이동된 말을 제외한 모든 입사 예정마는 두 가지 과정을 거친다. 먼저 증명서 제출이다. 말 인플루엔자와 말 선역 예방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5월부터 10월 사이에 들어오는 말은 일본뇌염 백신 접종 증명까지 있어야 경마공원에 들어올 자격이 충족된다.
또 백신 접종 증명서와 별도로 진행되는 법정전염병에 대한 임상검사와 혈액검사다. 이 두 가지 과정을 무사통과해야만 마방에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사람 차량등에 의한 감염에 대비한 방어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차량과 사람이 마사지역 출입시에는 소독 발판 구역을 통과해야 한다.
또 마사지역 뿐 아니라 관람대, 가족공원 등 경마공원 내부와 경마공원 인근 마을까지 넓혀 수시로 법정 기준 이상의 방역작업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