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전아민(28)의 '틈새 공략'이 안방극장에서도 통했다. KBS 2TV 월화극 '드림하이'에서 고작 회당 1분~2분 출연만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뮤지컬계에서는 이미 '섭외 1순위' 조연 스타다. 2005년 뮤지컬 '그리스'에서 코러스로 시작해 '비중 있는 조연' 소니 역을 따냈고, '젊음의 행진'에서는 단 두 마디 대사에 불과했던 이상남 역을 맡아 곧 '상남이의 행진'으로 불릴 만큼 키워놓았다. "잘나가는 연예인과 뮤지컬에 출연해도 박수는 내가 더 받는다"는 자신감이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드림하이'에서 실제 나이보다 열 살 어린 고등학생 역을 맡았다.
"처음에 오디션 소식을 듣고 고등학생 역은 무리라고 생각했었다. 감독님이 요청이 있어서 오디션을 봤는데 두 신을 읽었더니 5분 만에 하자고 하셨다. 결국 기린예고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학생이 됐다. 엄격한 교사로 나오는 이윤지보다도 한 살이 많다. 윤지가 촬영 전에는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오빠 오셨어요'라고 인사하는데 가끔 깜짝 놀라곤 한다."
-2PM 택연의 단짝 역이다.
"택연이가 2PM 활동 때문에 너무 바빠서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연말에 2PM이 가요제에서 상 받으면 문자도 보내고 트위터로 안부도 물었다. 내가 나이가 더 많지만 친구처럼 지내자고 했다."
-극중 더 마음이 가는 아이돌 가수도 있겠다.
"티아라 은정이가 촬영 초반에 다리를 다쳐서 슛 들어가면 진통제 먹고 춤을 췄다. 은정이를 짝사랑하는 역이라 그런지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안양예고 출신이다.
"비가 1년 선배고 세븐과 SG워너비 김용준은 1년 후배다. 학창시절에는 '아민이는 대학 안가도 뮤지컬 배우로 성공할 친구'라는 이야기도 들어 봤다. 고등학교 때 추억을 떠올리면 연기에 도움이 된다. 내가 왜 예고를 가게 됐고, 어떤 감성이었는지 고민한다. 자연스럽게 극중 인성이를 이해하게 됐다."
-세트장이 추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더라.
"화장실 신이 있었는데 30분간 변기에만 앉아 있어야 했다. 너무 추운데서 기다리느라 다리에 쥐가 나기도 했다."
-연기 경력 18년차다.
"SBS 드라마 '임꺽정'에서 임꺽정의 아들로 첫 출연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촬영했는데 추워서 덜덜 떨었던 기억만 있다. 자기들은 밍크를 입고 나는 쎄무를 입혔다. 백정이라 짚신만 신고 눈밭을 헤맸고 핫팩도 없이 한 겨울에 물고기를 잡게 했다. 하하하."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고 하던데.
"한의사인 아버지는 가업을 잇기를 바랐다. 연기가 하고 싶으면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어려서부터 촬영장에 혼자 다녔고 안양예고 등록금도 내가 벌어서 냈다. 사실 대학도 갈 생각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중국 한방대학에 유학갈래 국내대학 갈래'라고 협상을 해와 입학(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만 했다."
-뮤지컬 배우로 금방 자리 잡았다.
"하루는 술을 진탕 먹고 일어나 인터넷을 하는데 '그리스' 오디션 서류 전형이 아침 10시 마감이었다. 술기운에 PC방에 가서 원서를 냈고 하루아침에 뮤지컬 배우가 됐다. 앙상블(코러스)부터 시작해 1년 만에 소니 역을 따냈다. 6년을 하고 '소니 역에는 전아민을 능가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노래도 수준급이라던데.
"잘 못한다. 노래도 연기도 꾸준히 연습해서 극복했다. 첫 공연 전에 100%가 돼 있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회를 더할수록 연기가 는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첫 회 공연이나 마지막 공연이나 관객이 같은 돈 내고 보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돌의 뮤지컬 러쉬가 이어지고 있다.
"간혹 뮤지컬을 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같이 작업을 많이 해봤는데 작품에 성실히 임한다면 전혀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 가수라 안무도 빨리 외우고 분명 장점이 있다."
-롤모델이 있나.
"제 2의 누구"에는 관심 없다. 그 배우의 아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대중이 '전아민이라는 좋은 배우가 있었지'라고 기억해주는게 내 목표다. 배용준 선배는 두 번 봤는데 인사만 하고 말도 못 걸었다. 몸에서 빛이 나더라."
-'드림하이'가 끝나고 인기를 얻는다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떴다고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나한테 '연예인인데 겸손하시네요'라고 하면 '연예인 아닌데요'라고 답한다. 나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 박수쳐 주시는 부분에는 감사하지만 인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