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신촌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리는 '피디팝 MSL'(공동 주최 일간스포츠·MBC게임) 결승전에서 저그의 신흥 강자가 탄생한다. 이영호·이제동·김택용·송병구 등 e스포츠계의 거물들이 포진했던 본선 레이스에서 살아남아 결승전까지 진출한 삼성전자 칸의 차명환(22)과 하이트 엔투스 신동원(20)은 모두 저그 선수. 이날 우승하는 선수는 저그 1인자 이제동(화승 오즈)의 뒤를 이을 '저그 황태자'로 떠오른다.
◆1년6개월만에 저저그전 이번 결승전은 지난 2009년 8월 '아발론 MSL'에서 STX 소울의 김윤환과 CJ 엔투스 한상봉이 저그 대 저그전(이하 저저그전)을 펼친 이후 1년6개월만에 저저그전으로 진행된다. 결승전 저저그전은 MSL 역사상 처음으로 4저그(이제동과 신동원, 차명환과 김명운) 대결로 펼쳐진 4강전 때부터 이미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신예 신동원이 예상을 깨고 저그 최강자로 군림하던 이제동을 3-2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는 점. 차명환은 김명운을 3-1로 제압, 삼성전자 저그 사상 처음으로 개인리그 결승에 올랐다. 이로써 무서운 신예와 뒤늦게 발동이 걸린 두 저그 선수가 생애 첫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신예와 늦깎이 저그 강자이번 결승전에서 단연 주목되는 선수는 이제동을 꺾은 신동원. 그는 프로게이머를 반대한 부모 몰래 서울로 전학해 엔투스 연습생으로 e스포츠계에 입문했다. 이후 엔투스 2군 숙소에서 생활한 지 2년만인 지난해 '하나대투증권 MSL'에서 첫 개인리그 본선 진출, 32강에서 이제동이 2-1로 진땀승을 거둘 정도로 위협적인 실력을 선보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MSL에서는 차세대 저그 강자의 행보를 보여줬다. 서바이버 토너먼트부터 8강까지 9전 전승으로 4강에 올랐다. 같은 시기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에서도 무서운 활약을 펼쳤다. 2라운드에서 전승을 거뒀으며 이제동을 밀어내고 현재 저그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차명환은 2007년 삼성전자에 입단해 2008년 5월 첫 데뷔 방송경기에서 전성기를 달리던 김준영을 물리치며 주목받았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방송경기에 전혀 긴장하지 않으면서 팀의 주력 저그로 빠르게 성장했다. 그러나 인상적인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며 2009년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은퇴를 결심할 정도로 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깊은 부진의 수렁에서 벗어난 것은 2010년 가을 '즐기면서 게임을 하자'는 신념으로 재무장하면서부터다. 이후 팀 에이스로 자리잡았고 MSL도 하나대투증권와 빅파일에 이어 피디팝까지 3회 연속 진출했다.
◆정석 저그냐, 신개념 저그냐이번 결승전에서는 색깔이 다른 두 저그의 혈투가 예상된다. 신동원은 강력한 뮤탈리스트 저글링 컨트롤이 장기로 이제동식 저그전의 적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모든 면에서 이제동의 저그전과 닮았고 특히 뮤탈리스크 컨트롤에 있어서는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4강전에서 이제동과의 뮤탈리스크 컨트롤을 보면 이보다 잘 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이에 반해 차명환은 이전 저그전에 반기를 드는 신개념 저그전의 적자로 평가받고 있다. 초반 스포어 콜로니으로 방어, 하이브까지 가서 뮤탈리스크를 디파일러로 체력을 깎고 다크스웜과 러커로 승리하는 플레이를 구사한다. 마치 테란전을 하듯이 하이브 저그전을 펼치는 것.
조정현 MBC게임 사업센터장은 "일반적으로 저저그전은 금방 끝나 재미없다고 하지만 이번 결승전에서는 색깔이 전혀 다른 두 저그 선수들의 대결이어서 흥미진진한 경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에 개최되는 결승전의 초대 가수로 달샤벳이 선정됐으며,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KT의 우정호를 위한 헌혈증 모으기 행사도 진행된다.
권오용 기자 [bandy@joongang.co.kr]
사진있음. 피디팝 MSL로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