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봉해 2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글러브'에서는 보크가 등장한다. 투수가 1루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는 동작을 취한 뒤 던지지 않아 보크로 결승점을 내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에서 보크는 흔한 일이 아니다. 지난해까지 29년간 통산 보크는 859회, 지난해에는 28회 일어났다. 프로야구사에서 특이한 보크 장면들을 모아봤다.
1 보크 때문에 날아간 도루
2007년 7월 24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삼성전. 두산 이종욱은 6회말 2사 1루에서 도루를 시도했다. 투수 차우찬의 타이밍을 빼앗아 2루에 안착. 그러나 이종욱의 도루는 기록되지 않았다. 투수 차우찬이 보크를 범했기 때문. 주자가 투구 전에 스타트를 하였으나 투수에게 보크가 선언된 경우 도루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규칙 때문이었다. 이종욱으로선 도루 하나를 날린 셈.
2 경기 지연도 보크 사유
보통 보크는 투수의 투구나 견제동작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1990년 7월 12일 잠실 LG-롯데전에서는 경기 지연 때문에 보크가 나오기도 했다. 롯데 투수 이상구는 3회 2사 1루에서 LG 노찬엽에게 6개의 견제구를 연달아 던졌다. 최화용 주심은 1차 경고를 줬다. 그러나 이상구는 다시 3개의 견제구를 던졌고, 황석중 2루심은 보크를 선언했다. 야구규칙 8.05(h)에 따르면 투수가 불필요하게 경기를 지연시킬 경우, 심판원은 보크를 선언할 수 있다.
3 보크도 어필이 있다?
2004년 5월 6일 인천 SK-롯데전. 7-6으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에서 SK 조웅천은 박남섭을 맞아 오른손에 공을 쥔 채 왼팔을 만지며 박경완에게 사인을 냈다. 그 순간 양상문 롯데 감독이 달려나왔다. 투수판을 밟은 채 공을 쥐고 사인을 냈다는 것. 박기택 주심은 조종규 1루심과 협의한 뒤 투수판을 밟은 상태에서 취해서는 안될 동작이라며 보크 판정을 내렸다. 두 심판은 추후 '보크 상황을 놓치고 어필을 받은 뒤 선언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