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이어서 믿음이 간다. 특별히 물어볼 게 없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똑같을 수 있단 말인가. 그를 아는 사람은 모두 그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 프로야구 최고 인기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양승호 감독(51). 롯데가 7년 연속 하위권팀에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팀으로 변모시켜 줬던 외인 감독 로이스터를 내치고 프로 감독 경험이 일천한 그를 후임으로 선임했을 때 열성팬들의 원망이 적잖았다. 하지만 그의 수평적 리더십을 잘 아는 지도자들은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팀을 맡은 지 4개월. 개성이 뚜렷한 롯데를 어떻게 이끌어 가고 있는 지 전·현직 프로야구 감독 및 다른 종목의 감독들이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롯데가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있는 일본 가고시마 현지에서 그 답변을 직접 들었다. 김용희(전 롯데 감독)-나는 롯데 유니폼을 오래 입었지만 양 감독은 이번이 처음이지. 외부에 있을 때 생각했던 롯데 선수단과 안에 들어와 본 롯데 선수단의 차이가 어떤 건지 궁금하군. 또 구단이 좋은 팀을 만드려는 투자 의지가 어느정도라고 판단하는지도 물어보고 싶네.
"사실 지난해까지 밖에서 롯데를 봤을 때는 전임 감독님이 미국 스타일이다보니 풀뿌리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팀에 와서 그게 아니었다고 느끼는 데 2~3일도 안 걸렸습니다. 전임 감독이 편안한 시스템으로 해 줬어도 선수들 자체적으로 엄격한 룰을 지키고 있더군요. 감독 되면서 가장 걱정한 부분이 어떻게 팀 분위기를 바로잡나 하는 것이었는데 완전히 저의 기우였습니다. 구단의 투자 의지 역시 매스컴에 비치기로는 아주 약한 것 같지만 들어와서 보니까 정말 어느 구단 못지않게 아낌없이 다 해 주더군요. 선수 한 두 명의 연봉 문제 때문에 짜다는 이미지가 생긴 것 같은데 올해도 전체적으로 20% 이상 인상해 줬다고 들었습니다. 코치들에 대한 처우도 상당히 개선해 줬구요."
김용철(전 롯데 감독)-감독의 책임과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게 코치진 인선이다. 감독은 자기가 원하는 코치를 기용해야 팀을 잘 이끌 수 있다. 올해 코치진 선임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또 코치진 운영에 대한 철학이 어떤 건지 묻고 싶다.
"롯데가 현재 잘 나가고 있는 강팀인데 감독이 새로 들어왔다고 코칭스태프를 한꺼번에 바꿔서 혼동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주위 사람을 데리고 들어갈 것이 아니라 기존 코칭스태프를 그대로 신임하되 제가 그 속에 녹아들어서 제 사람으로 만들면 된다고 판단했고 그럴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 코치진 운영에 대한 철학이자 모든 인간관계에 대한 인생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설사 내가 믿었던 코치가 뒤에서 불만을 얘기하고 다니거나 내 자리로 치고 올라오려고 한다면 그것조차도 제 책임입니다. 감독이 인간관계를 잘못 맺은 것이고 관리를 못한 거니까요."
제리 로이스터(전임 롯데 감독)-롯데 자이언츠와 관련한 질문은 피하고 싶습니다. 다만 롯데 및 신임 감독님의 행운을 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전임 감독 얘기는 잘 안하는 게 우리나라 문화여서 로이스터 감독님도 말씀을 아끼신 것 같은데, 이번은 특수한 경우니까 제가 먼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로이스터 감독님이 훌륭한 감독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언어장벽이 있으면서도 팀을 8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올리셨고 롯데가 이만한 공격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야구를 추구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로이스터 감독님이 토대를 만들어 놓으신 공격 야구를 잘 살려 가가되 수비와 투수를 좀 더 강화해서 좋은 성적을 이어 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 뒤에 한국에 꼭 한번 초대하겠습니다."
김성근(SK 감독)-나는 고교, 실업, 프로 감독은 해봤지만 대학 감독은 해본 적이 없다. 고려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대학 선수들을 가르치는 특별한 노하우가 있는가. 또한 대학 감독만의 애환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
"선수들을 최대한 존중하고 전문 야구선수가 아닌 대학생으로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게 해 주려고 했습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은 거의 안주려고 했죠. 프로로 진출할 선수는 1년에 2~3명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 선수들에게는 야간 연습도 더 시키고 신경을 쓰지만 사회로 진출해야 할 선수들에게는 가급적 수업에 빠지지 않도록 했습니다. 고려대 감독 4년 동안 성적은 그다지 좋았다고 할 수 없지만 한 번도 구타가 없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선수들끼리도 잘 뭉쳤고요.
우승을 밥 먹듯 했던 시절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수업 다 들어가고 운동을 많이 못한 것에 비해서는 괜찮은 성적을 낸 원동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대학 감독의 애환이라고 한다면, 글쎄요. 아이들 관리보다 학부모 설득이 아닌가 싶네요. 집안마다 자녀들이 한두 명 뿐이다 보니 애정이 좀 과한 경향이 있습니다. 경기에 나가는 애들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출전 여부에 대해 부모들을 납득시키는 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김인식(전 한화 감독)-신임 감독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투수진 운용이다. 선발 로테이션 몇명으로 가져갈 생각인가, 보직은 어느 정도 결정을 했는가.
"야수 보직은 80~90% 정도 결정이 됐는데 투수 보직은 유동성이 커서 시범경기까지 다 보고 완성해야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선발진은 어느 정도 구축이 됐다고 보는데 중간, 마무리 쪽은 컨디션 기복이 있어서 좀 더 봐서 결정할 계획입니다. 선발 투수를 6~7명으로 얘기하는 것은 6인 로테이션으로 돌리겠다는 게 아니라 여유있게 구성했다가 안 좋은 선수가 있으면 중간으로 돌리고 궁극적으로 5인 체제로 압축하려는 의도입니다."
김동환 기자
>>2편에 계속▶[스타에게 묻는다 ①] 양승호 롯데 감독 “로이스터, 한국에 초대하고파”
▶[스타에게 묻는다 ②] 양승호 롯데 감독, “만난지 10분 만에 감독 계약”
▶[스타에게 묻는다 ③] 단명했던 롯데 역대 감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