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가 긴 겨울잠을 깨고 기지개를 켠다. 프로야구가 오는 12일부터 27일까지 시범경기 56경기(팀당 14경기)를 치른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에 불과하다. 성적이 정규시즌 성적과 정비례하진 않는다. 그러나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각 사령탑은 시범경기를 통해 강점을 확인하고, 약점 보강을 고민하면서 재정비할 수 있다. 올해 시범경기는 이미 일본에서부터 본격화된 팀간 연습경기의 업그레이드판이기도 하다. 시범경기만 되면 되풀이되는 일들이 있다. 예상밖의 독주를 벌이는 팀이 나오는가 하면 깜짝 새 얼굴이 시범경기 스타로 등극하기도 한다. 신인들과 새 외국인선수가 국내 팬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이 때마다 각 팀 사령탑들은 매년 반복하던 말들을 다시 꺼내든다. 올해 감독들의 발언은 또 다시 희망사항에 그칠까, 아니면 시즌 전체를 예고하는 선언이 될까.
○○ 세더라, 세!시범경기 강세를 보이는 팀들을 두고 다른 팀 감독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시범경기 팀 별 맞대결은 2게임이다. 2경기를 통해 상대의 전력의 전부를 확인할 수 없다. 더구나 시범경기는 팀별 선수 컨디션 일정에 맞춰 운용하기 때문에 팀 전력의 100%를 가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상대를 추켜세운다. 그러면서 자기 팀이 약하다고 더욱 강조한다.
롯데·KIA·LG 등이 "붙어보니 세다"고 평가받는 단골손님이다. 특히 올시즌 LG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평가전부터 "세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하지만 LG는 8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LG를 상대하는 팀들이 시즌에서도 똑같은 말을 할 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우리가 ○등이야감독들의 엄살이 심해지는 때다. 시범경기 승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은 플레이가 나오거나 선수들의 기량이 자신의 생각에 미치지 못할 때 뼈있는 농담을 담는다. "우리가 제일 약해" "우리가 꼴찌야" 등 허허실실 전법을 들고 나온다. 특히 김성근 SK 감독의 엄살은 유난하다. 김감독은 오키나와 평가전을 치르던 중 한화전 패하면서 올시즌 예상 순위를 "8위"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이 말을 믿을 야구관계자는 한명도 없다. SK는 최근 3년간 시범경기 7위, 6위, 5위를 기록했지만 모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2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김감독 뿐 아니라 다수의 사령탑들은 그렇다. 시범경기 순위가 중요하지 않지만 한경기를 패하기만 해도 등수를 언급하며 약한 척하곤 한다.
○○○을 잘봐라시범경기에는 신인과 새 외국인선수, 그동안 1군 무대에 얼굴을 알리지 못한 1.5군 선수들의 데뷔무대이기도 하다. 감독들의 기대 역시 높다. 새 얼굴이 등장해 팀 전력 상승 효과를 불러오길 바란다. 새 얼굴들이 좋은 활약을 보이면 감독들은 "좋은 선수" "앞으로가 기대된다"며 칭찬릴레이를 펼친다. 특히 외국인선수들이 팀 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면서 그들에 대한 평가가 줄을 잇는다. 좋은 컨디션이 아니더라도 일단은 "적응 중"이라며 두둔한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들의 상당수는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즌 중 보따리 싸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신인도 마찬가지. 지난해 KIA 이종환, 두산 장민익 등은 시범경기 활약을 뒤로 한 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