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로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던 문서는 장자연의 친필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16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감정 결과 '장자연 편지'와 장자연의 필적은 서로 다르다. 대신 이 편지 필적은 광주교도소에서 전모씨로부터 압수한 문서의 적색 필적과는 동일하다"고 밝혔다.
적색 필적이 전씨의 필적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판단을 유보했다. "장자연 편지와 압수한 적색 필적이 전씨 필적과 같은 지는 핀단이 어렵다. 대조자료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들 필적에서 맞춤법을 틀리게 기재하는 공통된 특성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경기경찰청은 이날 오후 2시 국과수의 감정을 근거로 '장자연 편지'를 위작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 재수사 방침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장자연 편지 장자연 필적과 뭐가 다른가국과수는 총 4개의 필적을 비교 조사했다. 첫째는 SBS가 친필 원본이라며 보도한 '장자연 편지', 둘째는 전씨에게 압수한 편지의 필적, 셋째는 전씨 필적, 그리고 2년 전 수사 이후 보관 중이던 장자연 친필 노트 5권이었다.
'장자연 편지' 필적은 장자연 친필 노트 필적과 달랐다. 국과수는 장자연 편지 필적과 실제 필적은 유사성이 있기도 하지만 획을 긋는 방식과 필압 등이 다르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장자연은 '많이', 장자연 편지는 '마니' 혹은 '마는'으로 표현했다. 'ㅃ'의 경우에도 장자연은 세로선을 마지막에 그었으나 장자연 편지는 세로선을 먼저 긋고 가로선을 썼다.
'장자연 편지'는 오히려 전씨에게 압수한 편지 필적과 같았다. 국과수는 그 예로, '거짓말'을 쓸 때 '시옷' 대신 '지읏'으로 하는 점, '하듯, 버린듯' 할 때 받침을 '디귿'으로 기재하는 점 등을 근거로 꼽았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자작극, 수사 백지화이에 따라 경찰은 '장자연 편지'를 가짜로 판정했다. 김갑식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장자연 편지'는 고 장자연씨와 전혀 관계가 없는 전씨의 위작으로 판단됐다"며 "정신질환이 의심되는 전씨가 언론에 공개된 장자연 관련 내용을 기초로 고인의 필적을 흉내내 위작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결론냈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수십 차례에 걸쳐 정신병 등으로 진료를 받았던 기록이 있다. 또 프로파일러 조사를 통해 전씨가 유명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친하고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여기는 관계망상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씨가 정신분열증 초기 단계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사실상 사건 재수사 방침을 백지화했다. 대신 허위 주장을 한 전씨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접대 강요 등 각종 불법행위를 앞으로 4개월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장자연 편지'가 조작됐다고 하지만 2년만에 성접대 의혹이 다시 불거진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와는 별개로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네티즌들은 '2년 전에 사건이 흐지부지 마무리돼서 다시 불거진 만큼 투명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인구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