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극이 경쟁작인 KBS 일일극의 상승세에 밀려 연이은 굴욕을 당하고 있다.
2월말 첫방송된 MBC '남자를 믿었네'는 최근 3%대(AGB닐슨미디어리서치)까지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존재감 없는 '유령드라마'로 전락했다. 같은 시간대에 방송중인 KBS 1TV '웃어라, 동해야'가 40%대에 육박하면서 고공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 애초 이 드라마는 아침극으로 편성됐다가 전작인 '폭풍의 연인'이 조기종영되면서 일일극으로 올라와 '웃어라 동해야'의 저격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대진운이 나쁘기도 하지만 첫방송 전부터 출연자 박상민이 음주운전사고를 내고 공식사과도 하지 않는 등 호감도를 떨어뜨린 것도 주요 패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시청자 게시판에 연일 '박상민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지만 제작진은 기존 캐스팅을 고수했다. 최근에는 홍수아의 극중 분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팬들의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앞서 '웃어라 동해야'와 맞붙었던 '폭풍의 연인'은 4%대까지 시청률이 떨어져 조기종영됐다. 이 드라마는 애초 12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절반을 겨우 넘기면서 69회로 종영돼 아쉬움을 남겼다. 정보석·최명길·심혜진 등 중견배우들과 환희·차수연 등 대규모 캐스팅에 '에덴의 동쪽'을 집필했던 나연숙 작가가 투입됐지만 시너지효과는 없었다.
SBS도 당했다. 현재 방송 중인 '호박꽃 순정'의 전작 '세자매'도 KBS의 '바람불어 좋은날'에 밀려 고전했다. '바람불어 좋은날'이 20%대를 훌쩍 넘어서면서 인기리에 방송된 것과 달리 '세자매'는 10%대에 겨우 턱걸이를 했다. 애초 '세자매'는 밝은 가족드라마로 기획됐다가 시청률을 의식해 막장드라마로 바뀌었다. 조연 캐릭터가 주역으로 떠오르는 등 갈팔질팡하는 내용으로 빈축을 샀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단순하고 흡입력 강한 내용으로 고정 시청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KBS 일일극에 비해 MBC는 기획을 자주 바꾸면서 자기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선 경쟁작의 위세가 너무 센 만큼 역전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