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가 좌초 위기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대원칙인 '꼴찌 탈락'의 원칙을 흔들며 정체성 혼란에 빠졌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럴거면 프로그램 폐지하라'며 성난 시청자들의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20일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욕먹어도 싸다' 며 비난에 공감할 수 밖에 없다. 이날 김건모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불러 꼴찌가 됐다. 원칙대로라면 '탈락'해야했지만 제작진은 '재도전'이라는 꼼수를 내놨다. 국민가수가 탈락하자 녹화장은 급냉각됐고, MC 이소라는 눈물을 흘리며 녹화장을 빠져 나갔다. 제작진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재도전이란 룰을 급조했다. '서바이벌'이란 타이틀이 무색해진 순간이다.
'나는 가수다'는 지난 6일 첫 방송부터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김건모·이소라·정엽·박정현·윤도현·김범수·백지영 등 내로라 하는 가수가 총출동한 것도 대단한데 '서바이벌'까지 한다니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전국민에게 검증받은 가수를 고작 500명의 청중 평가단이 평가한다는 설정에 '기획 자체가 말도 안된다', '시청률을 위해 가수들을 잔인하게 내몬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기획만은 신선했다. 기라성 같은 가수들을 설득해 서바이벌 무대에 세웠다는 것만으로도 '쌀국장 김영희PD'의 뚝심에 '대단한 근성'이라며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제작진은 첫 정식 도전 무대에서부터 시청자들을 낚았다. 예고편에서 이소라·백지영이 눈물 흘리는 장면까지 짜깁기해 내보내며 첫 탈락자를 운운했는데 사실 탈락자는 없었던 셈. 심지어 탈락자를 대신해 무대에 오를 새로운 도전자가 대기실에 기다리고 있다가 되돌아가는 코미디까지 연출됐다.
작가 김수현은 '그저 평가단은 있으나마나. 재도전을 급조하고 영리? 하게도 선택권은 가수에 넘긴 방송사 얍실함이 입맛이 썼고 우리의 건모씨가 멋지게 노우하기를 바랐을 뿐'이라며 비난에 힘을 실었다.
'꼴찌 탈락'이 없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재도전 나는 가수다'로 타이틀을 바꿔 달아야할 판이다.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