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해도 얄미운 악녀와 미워할 수 없는 푼수는 알고보면 한끗 차이 아닐까. 데뷔 8년차 이설아가 이 두가지를 절묘하게 버무려 시청자들 앞에 나타났다.
이설아가 맡은 MBC '짝패' 금옥은 천정명이 진짜 친오빠인지 모르고 짝사랑하는 캐릭터. 천정명과 이상윤의 운명이 어린 시절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이룰수 없는 사랑을 꿈꾼다. "금옥이는 정말 사랑스럽고 순수한 친구예요. 캐스팅 확정 후 만세를 불렀죠, 그동안 숨겨뒀던 애교와 푼수끼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 거 같았거든요." 드라마 '짝패'로 제2의 인생을 열고 있는 발랄·유쾌·상큼한 25살 이설아와의 인터뷰.
-천정명을 사이에 두고 한지혜, 서현진 등과 신경전을 펼치더라."그렇다. 금옥이는 겉으로는 굉장히 밝고 쾌활한 여자지만 비련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기의 친오빠인지 모르고 좋아하고, 자기한테 관심없는데 바라보고… 알고보면 애처로운 인물이다."
-어렸을 때부터 꿈이 연기자였나."고등학교 2학년때 MBC 베스트 극장으로 데뷔했다. 세자매 중 막내인데 언니들이 완전히 꼼꼼하게 모니터해준다. 얼마전에 큰 언니가 이마가 너무 훤하게 드러난다고 셰도우 바르라고 조언해주더라. 나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지적해줘서 고마웠다."
-극중 심한 짝사랑 중인데 실제 경험있나."고등학교 때 1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던 영어 선생님을 좋아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어를 못한다. 보통 선생님을 좋아하면 그 과목을 열심히 해서 선생님의 예쁨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나는 왜 그런 생각을 안했는지 모르겠다."
-드라마 찍으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봄같지 않은 추운 날씨가 사람 여럿 잡았다. 얼마전엔 조그만한 손난로를 갖고 다니다가 치마 끝을 홀라당 태워버렸다. 심지어 전날 코디언니가 500만원이 넘는 비싼 치마이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던 바로 그 치마였다. 끝자락이 타는 것을 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그 뒤 든 생각은 '아, 난 이번 드라마 출연료 없다 생각해야겠구나'였다."
-촬영장에서도 애교가 많나."내 나이 올해 25살인데 신기하게도 이번 드라마에서 아역들 빼곤 막내더라. '짝패'가 막내로서 하는 마지막 작품이 될거 같다. 그래서 일부러 한지혜 언니나 천정명 오빠 등한테 먼저 문자를 보내고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다들 바빠서 그런지 별다른 반응이 없다. 하하."
-이제까지 얄미운 캐릭터를 많이 맡았다."그런가? 2009년 '국가대표' 혜나도 그렇고 '너는 내 운명' 유리도 앙칼진 캐릭터이긴 했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역이었다고 자부하는데. 그러다 보니 내 이미지가 질투 잘 하고 얄미운 아이로 한정지어진 거 같아 아쉽지만 자기에게 어울리는 옷이 있는데 굳이 바꾸고 싶진 않다. 내가 잘 하는 역할로 내공을 쌓은 뒤 차차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우선은 이거저거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짝패'에 올인할 생각이다. 해바라기처럼 친오빠를 사랑하는 역이 감정 소모도 많고 힘들다. 처음하는 사극인 만큼 아직도 서투른게 많다. 작품을 끝냈을때 아쉬움이 없도록 올인하겠다."
유아정 기자 [poroly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