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이상민 NCAA 관전평] 미국 대학농구는 가드 놀음
NCAA(미국대학스포츠연맹) 대학농구 토너먼트는 가드 놀음이다. 가드가 팀을 울렸다 웃긴다. 3월이 뜨거운 것도, 이변이 속출하는 이유도 한 가지로 수렴이 된다. 바로 가드 중심의 농구다. 가드는 가장 화려하지만 가장 확률이 떨어진다.
3일(한국시간) 휴스턴에서 열린 파이널 포(4강전)도 가드 싸움에서 승패가 갈렸다. 웨스트 콘퍼런스 3번 시드이자 2004년 우승팀 코네티컷대는 켄터키대를 56-55, 한 점 차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이 경기는 코네티컷대 가드 캠바 워커와 켄터키대 가드 브랜든 나이트가 벌인 1대1 대결의 확대판이었다. 올스타전을 보는 듯했다. 워커는 혼자 다 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돌파하고 무리하게 슛을 던졌다. 나이트는 한 술 더 떴다. 막혀도 패스를 하지 않고 슛을 쐈다. 팀 동료 어느 누구도 화를 내지 않고 지켜보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실력을 인정하니까 토를 달지 않는 것 같았다.
둘은 40분을 다 뛰었다. 슛 시도도, 득점도, 턴오버도 팀 내 최다였다. 워커가 좀 더 잘 했다. 나이트가 이날 무려 23개의 슛을 쏴 6개만 넣은 반면, 워커는 15번 던져 6개를 성공시켰다. 거기서 승패가 갈렸다. 또 다른 준결승에서 버틀러대가 버지니아커먼웰스를 70-62로 이긴 것도 24점을 터뜨린 가드 셸빈 맥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가드 대결에서 밀리는 것은 곧 패배다.
미국 대학농구는 센터가 중심이 돼 조직력을 강조하는 한국 농구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난 대학 때부터 패스에 주력했다. 팀 동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내 임무였다. 가드가 개인 플레이를 하면 경기를 망친다는 게 한국 농구의 불문율이다.
미국 대학농구에서 가드가 중심이 되는 건 이유가 있다. 가드들이 죄다 빠르고 키가 크며 힘이 좋은 슈퍼 스타다. 센터도 골 밑을 파고든 그들을 쉽게 막지 못 했다. 굳이 팀 플레이를 하지 않고 가드가 북 치고 장구 쳐도 승리할 수 있었다.
NCAA 토너먼트에서 이변이 속출하는 것도 가드의 원맨쇼에서 찾을 수 있다. 가드는 센터나 포워드보다 야투성공률이 떨어진다. 가드의 슛이 터지면 이기지만 슛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면 강팀도 속절없이 무너지게 마련이다. 이날 코네티컷대도 다 잡은 경기를 가드 때문에 놓칠 뻔했다. 새내기 샤바즈 내피어는 나오자마자 슛을 난사했다. 11개 중 1개만 넣어 역적이 됐다 54-52로 앞선 1초 전, 자유투 2개를 다 집어넣어 한숨을 돌렸다.
내가 미국 대학농구를 유심히 지켜본 건 처음이다. 위로 올라갈수록 재미있고 경기를 볼 때마다 등판에 땀이 난다. 가드의 활약 여부에 흐름이 왔다갔다 해 박진감이 넘친다. 거의 모든 경기가 5~10점 승부다.
이제 광란의 3월은 단 한 경기 남았다. 2011년은 버틀러대와 코네티컷대 중 한 팀의 해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현지에선 2년 연속 결승에 오른 버틀러대가 우승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또 모른다. 결승전 역시 가드 싸움이 될 것이니까. 보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가드 싸움, 그것이 NCAA의 묘미다. 뉴저지에서 결승전이 열렸다면 암표라도 사서 갔을텐데 아쉽다.
이상민 본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