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가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행 청신호를 켰다. 제주는 5일 제주 서귀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감바 오사카(일본)와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승 1패를 거둔 제주는 조 2위로 뛰어올랐다. E조 최강으로 평가된 감바 오사카는 1승 2패로 뒤처지게 돼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수원 이적생 3총사 신영록·박현범·배기종의 활약이 빛났다. 신영록은 0-1로 뒤지던 후반 7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박현범이 찔러준 패스를 문전에서 왼발슛으로 동점골을 만들었다. 감바 오사카의 수비수와 몸싸움을 하면서도 밀리지 않으며 슬라이딩 슛으로 연결했다. 첼시의 간판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의 파워 넘치는 플레이와 닮았다며 팬들이 지어준 '영록바'란 별명이 딱 들어맞는 장면이었다.
주도권을 잡은 제주는 공세의 고삐를 더욱 죄었다. 결국 후반 19분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미드필드 중앙에서 박현범이 전진 크로스를 올리자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한 배기종이 골대 왼쪽 측면까지 몰고간 뒤 왼발슛으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각이 없는 지역이었지만 골키퍼가 나온 틈을 정확히 노려 골망을 흔들었다.
박현범과 배기종은 지난 시즌 수원에서 제주로 이적해 지난 시즌 제주가 K-리그 준우승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박현범은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빠진 제주의 미드필드 중앙을 지키며 올시즌도 분투하고 있다. 이 날 결정적인 도움 2개로 승리의 주역이 됐다.
박경훈 제주 감독은 신영록의 동점골이 터지자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올시즌도 제주의 원톱은 지난 시즌 K-리그 MVP 김은중이다. 하지만 박 감독은 이 날 신영록을 원톱 카드로 빼들었다. 조직력이 좋은 감바 오사카를 상대로 김은중보다 기동력이 좋은 신영록에 승부를 걸었다. 결국 그의 용병술은 통했다.
올시즌 수원에서 이적해온 신영록은 이 날 제주 유니폼을 입고 첫 골을 터트렸다. 올시즌 김은중을 보완하는 교체요원으로 주로 출장한 신영록은 지난 달 20일 K-리그 3라운드 강원과 홈경기에서 선발로 나선 뒤 선발 2경기만에 골맛을 봤다. 박경훈 감독은 "출전시간이 짧아 미안한 마음이 컸다. 기죽지 않았던 (신)영록이가 잘 해줬다"고 기뻐했다.
전반전 감바 오사카의 짧고 정확한 패싱플레이에 고전해 내내 끌려다녔던 제주는 후반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과 공세를 가해 흐름을 바꾸는데 성공하며 후반전을 완전히 장악했다.
한편 전북 현대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 G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1로 패해 조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