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영화다!’
현빈의 해병대 훈련 사진을 본 네티즌들이 일제히 감탄했다. 아직은 차디 찰 바닷물을 가르며 진지한 얼굴로, 때로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훈련을 받고 있는 현빈의 모습이 진정 멋졌기 때문이다.
까까머리에 얼룩덜룩한 군복을 입어도 연예인은 연예인일까.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이는 절반만 진실이다. 어젯밤 동네 슈퍼에서 본 듯한 오빠, 군화 꺾어 신고 민방위 훈련 가던 삼촌 같은 이들도 의외로 많다. 모두가 현빈 같을 순 없는 것이 현실. 국방계의 ‘자체 발광’은 누구이고, ‘안습’은 누구일까.
▶설명이 필요 없다. 자체 발광시크릿가든의 ‘주원앓이’가 채 아물기도 전이었다. 남다른 선택을 한 그가 자랑스럽기도 했고 안쓰럽기도 했다. 그런 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는 박력 넘치는 훈련 사진으로 돌아왔다. 고무보트를 머리에 이고 악을 쓰며 진군하는 모습이나 패기 넘치는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잘 만든 전투신의 한 장면 같다. 이 남자, 역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빛을 내는 ‘자체발광족’ 이었다.
‘어메이징’ 현빈에 도전장을 내민 이는 ‘악마 조교’ 천정명. 연예병사 마다하고, 일반병도 힘들어하는 조교로 간 그다. 연예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특급 전사’에 선발되기도 했다. 그런데 ‘독종 중 독종’이라는 천 조교의 표정을 좀 보라. ‘신데렐라 언니’에서 문근영을 바라보던 따뜻하고 자상한, ‘난 항상 네 편’이라는 그 표정이다. 이런 남자라면 평생 군대 얘기를 해도 용서될 거 같다.
▶군대 간 동네 오빠편지 읽다 말고 씩 돌아보며 웃는 김태우, 식판에 머리를 박고 입 안 한 가득 음식을 채운 김태우. 옆집 살던 오빠가 군대에 가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작은 눈에 통통하게 오른 볼 살은 연예인 김태우에게는 단점일지도. 그러나 자연인 김태우에게는 ‘친근지수’를 높이는 무기다. 물티슈 2장으로 전신 샤워한 에피소드를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얘기하는 구수한 입담까지, 김태우가 ‘동네 오빠계’의 1인자라면 그 뒤를 잇는 이는 ‘상꼬마’ 하하가 아닐까. 김태우가 동네에서 가장 키 큰 오빠라면 제일 작은 오빠가 바로 하하일 터. 군기 바짝 든 훈련소에서도 장난끼 가득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 마음대로 안 되면 동생한테도 떼쓰는 철없는 오빠, 딱 그 모습이다.
▶군대가 체질? 말뚝 박아도 될 듯사진으로만 보면 해병대 특공대(UDT)쯤은 될 것 같다. 현빈의 해병대 입소로 덩달아 주목받은 가수 이정. 군복을 입고 석고상처럼 곧게 선 이정은 그야말로 각이 잡혔다. ‘날 때부터 해병’ 포스인 그도 입소 사흘 만에 포기할 결심을 했을 만큼 해병대 훈련은 힘들었단다. 그래도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올 초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모든 가요를 군가처럼 바꿔 부르는 ‘군가의 법칙’을 공개, 녹슬지 않은 해병대 홍보병 정신(?)을 발휘했다.
드라마 ‘추노’의 왕손이 김지석은 한참 인기 몰이를 할 즈음 군대에 가 버린 케이스. 속세를 훌훌 털고 온 그답게 장갑차를 모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김지석의 훈련 사진을 찍었던 작가가 범상치 않은 그의 아우라에 감탄했다는 후문.
▶민방위 포스를 뽐낸 그들군복을 입자마자 민방위 포스 장착을 완료했다. 군대에 온 건지 보이스카우트에 가입한 건지 구분이 안가는 강심장들은 입대와 동시에 적응을 끝냈다.
2005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쳤지만 부실근무로 2007년 12월 ‘군대 재수강’ 통보를 받은 싸이. 재 입대 날 “싸이답게 다녀오겠다”고 인사했지만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군번이 2개인 남자. 막상 훈련소에 들어서자 병장들보다 여유만만한 자세로 ‘민방위 포스’를 뽐냈다. 편한 모습이 인상적인 싸이 인생 최고의 포토제닉 사진도 군대에서 나왔다. 느긋한 모습은 김종국도 마찬가지. 훈련소에서 평소 터프가이 이미지와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동네아저씨 포스를 뿜어냈다.
▶이게 누구야군대에서 딴사람이 되는데 성공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2008년 6월 성시경은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에서 눈물을 보였다. 사흘 뒤 군문에 들어서며 팬들과 인사하는 성시경. 당시 그의 후덕한 얼굴을 본 팬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는 ‘곰’이 입대한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군 입대 3개월 후 그는 남성미 물씬 풍기는 군인이 됐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40일간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것처럼 성시경은 군 생활을 통해 진짜 남자가 됐다.
정형돈의 군대사진도 시선을 집중시킨다. 사진 속 정형돈은 ‘이 사람이 그 사람?’이라 의심 할 정도다. 살이 쏙 빠져 지금과는 사뭇 다른 군인 정형돈의 모습이 늠름하다. 호리호리 하지만 남자다운 듬직함도 느껴진다.
▶일단 눈물부터 좀 닦고빛나는 훈남 외모가 사라져 안타까운 그들, 훈련소 생활의 고달픔을 먹는 걸로 풀었나보다. 윤계상의 사진은 말 그대로 굴욕이다. 긴장한 듯 굳은 표정과 어두운 피부톤, 빵빵하게 부은 얼굴은 노숙자가 친구하자고 달려들 정도다.
소지섭의 사진도 ‘소간지’라는 애칭을 얻은 지금과는 많이 다르다. 피곤에 지쳐 보이는 얼굴과 낡은 훈련복, 바짝 군기든 모습이 훈련병의 고달픔을 느끼게 한다.
한가인의 눈가가 촉촉해졌을 연정훈의 ‘안습’사진. 화생방 훈련 중 찍힌 것으로 보이는 사진에서 연정훈은 매운 가스가 고통스러운 듯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다행인 건 제대 후 다들 원래 꽃미남으로 돌아왔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