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19일(한국시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김귀현(20·벨레스)의 목소리는 당찼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2시까지 운동을 하고 왔다"며 "요즘 몸 상태가 좋다"고 웃었다. 현재 아르헨티나 리그는 2010~2011시즌의 후반기가 진행 중이다. 전반기 2위를 기록한 벨레스는 후반기에도 리베르 플라테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해 12월 프로계약에 성공한 김귀현은 아직 1군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 했다. 팀 성적이 좋으면 선수 구성에 변화를 주기 쉽지 않다. 리저브 리그에서 뛰는 김귀현에게 기회가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에 김귀현은 "어렵다던 시차적응도 계속하니까 쉽게 했다. 리저브 경기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면 기회는 올 것이라 본다. 이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올해 안에 1군 경기에 뛰는 것이 목표다. 기대해 달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괜한 자신감이 아니었다. 현재 벨레스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클럽선수권) 16강에 오르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 김귀현은 "1군은 주중에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를 치러야 하고 주말에는 리그 경기를 한다. 앞으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주전에게 휴식을 줄 것이다. 그려면 내게도 기회는 있다"고 설명했다.
올림픽대표 합류 전까지 김귀현은 무명 선수였다. 처음 한국에 왔을때 그를 알아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 대표팀 경기를 치르고 출국할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인천에서 만난 택시기사도 "어제 경기 잘 봤다"며 아는 체를 했다. 공항에서도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느라 바빴다. 김귀현은 "한국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팬이 많아져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그 인기는 아르헨티나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그는 "내가 한국 올림픽 대표에 선발됐다는 이야기가 아르헨티나 전국지에도 나왔다. 아르헨티나 팬들도 나를 알아본다. 지난 리저브 경기를 마치고도 아르헨티나 팬이 사인을 받아갔다"고 신기해 했다.
김귀현은 "아버지가 기뻐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5월 올림픽 대표팀에도 합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웃으며 답했다. 청각장애인인 김귀현의 아버지 김직 씨는 만성 폐질환으로 산소호흡기를 끼고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김 씨는 3월 소원이던 아들의 경기를 보고 고향 임자도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