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볼보이가 자라 유럽 최고 무대 '영웅'으로 컸다. 미친듯한 선방 쇼를 보여줬지만 팀 패배는 막지 못했다.
2004년 FC포르투와 AS모나코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만났다. 당시 결승전이 열린 장소는 독일 서부의 겔젠키르헨에 있는 아레나 아우프샬케. 이 곳에서 샬케04 유스팀의 어린 골키퍼는 볼보이를 하며 꿈을 키웠다. 이 볼보이는 7년이 지나 푸른 주장완장과 골키퍼 장갑을 끼고 녹색 그라운드 위에 섰다.
샬케04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25)는 27일(한국시간) 아레나 아우프샬케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샬케04의 주전 골키퍼로 출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노이어는 UEFA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2004년 결승전을 바로 옆에서 봤다. 당시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았다. 이번에는 샬케04가 준결승에 올라 꿈을 이뤘다"며 맨유전 감회를 밝혔다. 그러나 샬케04는 맨유에 0-2로 졌다.
샬케04는 주전 수비수 히메네스의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 긱스와 루니의 창의적인 공격에 허점을 드러냈다. 무너진 수비진 뒤에서 노이어는 묵묵히 선방을 펼쳤다. 전반 3분 루니의 슛이 우치다의 발을 맞고 굴절돼 골문 구석을 향했다. 노이어는 몸을 날려 손 끝으로 쳐냈다. 2분 뒤 박지성이 우치다를 따돌리고 강슛을 날렸다. 골문 왼쪽 하단을 노린 슛이었지만 노이어가 몸을 날려 잡았다. 전반 13분에는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에르난데스(치차리토)의 기회도 노이어에게 가로 막혔다. 긱스의 전반 27분 헤딩 슛과 44분 오른발 슛도 모조리 막았다. 전반 맨유는 7개의 유효슈팅을 날렸지만 모두 노이어의 선방에 막혔다.
맨유 선수들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노이어를 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러나 후반전 각오를 단단히하고 나온 맨유의 창은 더 매서웠다. 결국 노이어도 후반 22분 긱스와 24분 루니의 슛은 막지 못했다. 노이어는 눈부신 선방을 펼쳤지만 팀의 대패로 빛이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