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불펜 투수 송신영(34)이 뒤늦은 전성기를 활짝 꽃피우고 있다. 데뷔 13년 만에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송신영은 2일까지 12경기에 등판해 15⅓이닝동안 1실점만 하는 짠물 투구를 했다. 주전 마무리 손승락이 어깨 통증으로 시즌 개막을 함께 맞이하지 못한 사이 임시 마무리를 맡아 2승 7세이브를 올리며 훌륭히 뒷문을 지켰다. 오승환(삼성)에 세이브 1개 뒤져 구원 2위를 달리고 있다.
송신영이 1999년 데뷔 후 부문별 5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14세이브, 2010년 14홀드로 각각 8위에 오른 것이 최고였다. 선발(39경기)이든 마무리든 계투든 한번도 주연이 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신영은 누구보다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 주로 불펜을 지키면서도 2001년 이후 매년 68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2007년부터는 4년연속 50경기 이상 출전하고 있다. 송신영은 지난 1일 LG전 구원등판으로 통산 499경기에 출전해 1경기만 더 나가면 마당쇠 투수의 상징인 500경기 고지를 밟게 된다. 통산 19번째이자 현역 선수로는 5번째 이루는 위업이다.
13년차인 올해 송신영의 활약은 꾸준한 조연을 넘어 확실한 주연급이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듯 직구스피드가 3㎞이상 늘어 145㎞가 넘는 공으로 타자들을 압도한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포크볼 등 못 던지는 변화구가 없다. 직구의 위력과 함께 변화구 각도 전반적으로 커졌다.
두둑한 배짱은 신인시절부터 유명했다. 관록과 구위 배짱이 어우러지면서 마침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책임감도 한몫 했다. 유일한 선배 황두성이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하고 마무리 투수 손승락이 초반 자리를 비워 경기 내외적으로 역할이 커졌다.
정민태 넥센 투수 코치는 "송신영이 이제서야 이런 성적을 내는 게 의외다. 충분히 자질을 갖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잘 안 풀렸다"며 전혀 놀라지 않았다. 송신영 역시 "올해는 운이 좋을 뿐이다.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송신영이 올시즌 세이브 행진에 박차를 가하면서 사상 두 번째 50(승)-50(세이브)-50(홀드)의 대기록 달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선발과 마무리, 계투를 두루 소화해야 하는 전천후 투수들만이 이룰 수 있는 기록으로 지금까지 투수 최다경기 출장 기록(813경기)을 갖고 있는 조웅천(64승 98세이브 89홀드)만이 달성했다. 송신영은 통산 45승 34세이브 51홀드를 기록중이다. 5승과 16세이브를 추가하면 된다.
김동환 기자 [hwan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