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탤런트 박주아(69·본명 박경자)가 암투병 중에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16일 새벽 별세했다.
박주아는 수 개월 전 신우암 판정을 받고 최근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상황이 급속히 나빠져 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적인 치료를 받다가 이날 새벽 4시쯤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인을 두고는 유족과 병원 측이 잠시 대립하기도 했다. 유족은 이날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박주아가 명백한 의료사고에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박주아의 목에 연결한 호스가 3시간 동안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것이 직접적인 사인이라는 것.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고인의 사인은 의료사고가 아닌 수술 후유증인 다발성 장기부전"이라며 "일부 유족이 오해를 했지만 의료진이 충분히 설명을 해 납득을 하셨다. 문제없이 장례절차를 밟기로 했다"이라고 설명했다.
박주아는 최근까지 MBC 일일극 '남자를 믿었네'에 선우(심형탁) 할머니 역으로 출연 중이었으나 지난 3월 하차한 이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지난 15일까지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중환자실에서도 수시로 위급상황이 발생하는 매우 위태로운 상태였다.
박주아는 1962년 갓 스무살이던 해에 KBS 1기로 데뷔했다. 김혜자·정혜선·태현실 등이 같은 기수 연기자다.
그는 수십년 동안 '노인 역 전문배우'로 알려져왔다. 데뷔작인 '사슬이 풀리던 날'부터 가짜 노파 점쟁이 역을 맡았다. 1970년대 최고의 히트작 드라마 '여로'에서도 악덕 시어머니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주아가 극중에서 맡은 역은 어머니나 할머니가 대부분이었으나 실제론 결혼하지 않은 싱글이기도 했다.
'남자를 믿었네'의 한 관계자는 "3월쯤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출연을 안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정도로 건강이 안 좋은지는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김인구·유선의 기자 [clar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