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LG의 가장 큰 변화는 선발 마운드다. 선발진의 호투 속에 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새로 합류한 박현준(25)과 두 외국인투수 레다메스 리즈(28) 벤자민 주키치(29)가 봉중근·김광삼과 함께 선발 중심을 잡아 안정된 마운드를 유지하고 있다. 올시즌 박현준·리즈·주키치가 없었다면? LG와 LG팬들이 상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실제 그럴 수 있었다.
트레이드 마지막 카드 '박현준'박현준은 지난해 7월 SK와 4대3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LG는 외야수 안치용, 내야수 최동수·권용관, 투수 이재영과 투수 김선규·박현준, 포수 윤상균을 트레이드했다. 우승을 노리던 SK는 내-외야 부상 공백을 즉시전력감으로 메울 필요를 느꼈고, LG는 미래를 위한 마운드 전력 보강에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올시즌 박현준이 16일 현재 6승(1패) 평균자책점 2.52로 주목받고 있지만 트레이드 당시에는 아니었다. 당시 SK는 내야수 나주환의 공백을 메울 유격수가 필요해 김선규를 가지고 즉시전력감 내야수를 찾았다. 처음 트레이드 논의를 한 팀도 LG가 아니었다. 양팀 카드가 맞지 않아 무산될 무렵 LG가 나섰다. SK는 권용관과 안치홍을 원했으나 김선규만으로는 어려웠다. 양팀은 하나둘 카드를 맞춰가기 시작했다. 그때 LG가 마지막으로 요구한 카드가 박현준이다. 당시 나도현 운영팀장이 SK 투수 리스트 중 박현준을 추천했고, 박종훈 LG 감독의 'OK' 사인을 받아냈다.
스카우트팀의 결단 '주키치'15일 목동 넥센전. 주키치가 1안타 완봉승을 거둔 순간 남모를 미소를 지은 이가 바로 강상수 LG 스카우트팀 과장이다. 주키치 영입을 적극 추진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주키치는 원래 LG 외국인선수 영입 리스트에 없었던 선수다. 하지만 강과장은 주키치 영입을 강하게 주장했고, 용병계약으로는 이례적으로 빠른 지난해 11월 주키치를 영입했다. 강과장은 "용병계약은 한순간이다. 윈터리그를 뛰는 순간 일본쪽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아 빠른 계약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책임론까지 벌어질 수도 있었지만 강과장에게 확신이 있었다. 그는 2년 전 주키치를 처음 본 순간 한국무대 성공가능성을 봤다. 장신의 좌완에 독특한 투구폼. 다양한 변화구와 정교한 제구력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젊은 주키치는 메이저리그 도전 의욕이 강했고, 강과장은 개인리스트에만 이름을 올려놓는 데 그쳤다.
하지만 포기는 없었다. 강과장은 지난해 7월 미국 출장 시 주키치의 마이너리그 등판 일정을 챙겨 현장을 찾았다. 여전히 매력적이었고, 본격 영입작업을 펼쳤다. 결국 수차례 접촉 끝에 시즌 뒤 주키치의 동의를 얻어낸 강과장은 미심쩍어하는 구단을 설득했고, 주키치를 영입할 수 있었다.
프런트를 빚쟁이로 만든 '리즈'지난 시즌 뒤 엄홍 운영팀 과장은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부단장에게 빚쟁이 취급을 받았다. 리즈 때문이다. 당시 LG 스카우트팀은 리즈의 한국행 의사를 타진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리즈가 샌디에이고 40인 로스터 안에 있었다는 점. 그때부터 LG의 읍소작전이 펼쳐졌다. 엄과장은 리즈 영입을 위해 2개월여간 매일 새벽 국제전화를 걸었다. 리즈를 '40인 로스터에서 풀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리즈의 에이전트측과 양동작전을 펼치며 샌디에이고 구단을 귀찮게했다. 엄과장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부단장이 한국전화번호만 뜨면 전화기를 꺼놓았을 정도로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야말로 빚쟁이 취급을 당한 셈이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엄과장의 집념에 두손을 들고 리즈를 웨이버 공시하며 한국행을 용인했다. 강상수 과장은 "주키치를 영입한 뒤 리즈에 공을 들인 건 조합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150㎞대 빠른 공을 던지는 우완과 변화구 제구가 좋은 좌완 조합은 시너지 효과도 얻을 것으로 봤다"며 "엄과장과 매일 새벽 잠도 못자고 미국에 전화할 때는 죽는 줄 알았다. 하지만 둘 모두 한국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 스카우트로 기분이 좋다"라고 웃었다.
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