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지시할 게 없는 선수입니다. 스스로 다 알아서 하거든요."
올 시즌 입대해 R리그(프로축구 2군리그) 소속 경찰청에 몸담고 있는 김두현(29)이 경기장 안팎에서 '프리롤(free role)'을 명 받았다. 경찰청은 상주 상무와 더불어 K-리거들이 현역 선수 신분을 유지하며 병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다. 축구팀이긴 하지만 엄연히 경찰 조직인 만큼, 군인들 못지 않게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한다. 개인 행동 또한 철저히 통제받는다.
하지만 김두현은 예외다. 훈련할 때나 평소 생활 과정에서 코칭스태프로부터 별도의 지시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팀 일정이 나오면 큰 틀에 맞춰 세부적인 생활 패턴을 김두현이 알아서 결정하는 경우가 흔하다. 경찰청 코칭스태프가 김두현에게 가장 자주하는 말은 '네가 알아서 해'다.
국가대표 출신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경험한 스타 선수라 일종의 '특혜'를 누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두현이 프리롤을 부여받은 건 코칭스태프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강도 높게 스스로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김두현은 경찰청 멤버들 중 가장 성실한 선수로 정평이 났다. 늘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훈련장에 나오고, 가장 늦게까지 구슬땀을 흘린다. 팀 훈련을 마친 뒤 자율적으로 실시하는 개인 훈련도 앞장선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숨 돌릴 틈이 없다. 프리미어리거 시절 익힌 재활 방법이나 효율적인 훈련 방식을 동료들에게 알려주는데 적잖은 시간을 할애한다. 고민 상담을 포함해 나름대로 '고참 후배'들의 멘토 역할도 맡고 있다. 웨스트브롬 소속으로 EPL 무대를 누비던 시절, 의사소통이 잘 안 돼 팀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경험을 발판 삼아 영어 스터디 모임도 조직했다. 제대후 유럽 무대에 다시 도전장을 낸다는 자신의 꿈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후배들에게도 틈 날 때마다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쯤 되니 경찰청 코칭스태프로서도 특별한 주문을 내놓을 필요가 없다. 경찰청을 이끌고 있는 조동현 감독은 18일 일간스포츠와의 전화통화에서 김두현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 중의 프로"라는 말로 제자를 설명한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팀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 별도의 지시를 내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경찰청이 김두현 한 명만의 팀은 아니지만, 여러 동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며 흐뭇해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