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질문도, 장난끼 넘치는 질문도 잘도 받아넘긴다. 최용수(38) FC 서울 감독대행은 버릇처럼 "말주변이 없어서…"라고 되뇐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과 표현은 준비된 자가 아니고서는 구사할 수 없는 수준이다.
4월 27일 갑작스레 사퇴한 황보관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위기의 FC 서울의 사령탑이 됐다. 6년간 코치로 지내며 수업을 쌓은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형님 리더십'을 바탕으로 FC 서울을 상승세로 반전시켰다.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에서 4승 1무로 순항 중이다.
경기장에서는 다이나믹한 쇼맨십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올시즌 K-리그 막내 감독이 몰고 온 돌풍은 시즌 중반 화두가 됐다. 그의 은사와 옛동료, 그리고 선수가 최용수에게 물었다. 최 감독대행은 "질문이 도전적이니 답변할 맛이 난다"며 인터뷰 내내 즐거워 했다. 그는 인터뷰를 앞두고 답변할 말을 A4 용지에 빽빽히 프린트해왔다. 준비성 하나만큼은 대단한 지도자다.▶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안양 LG 시절 은사-공격축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하지만 FC 서울이라면 더 공격적으로 나서도 되겠지. 공격템포를 더 빨리 할 방법이 있는 지 궁금하네.
"팬들을 위해 최대한 빠른 게임을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훈련 때 패싱게임에서 투 터치 이상 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횡패스와 백패스를 하지 않도록 주지시킵니다. 그리고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패스를 실수하면 패스한 선수보다 주변에 있는 선수들을 질타합니다. 제가 팀을 맡은 지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선수들이 저의 요구를 잘 따라와주고 있습니다. 팬들의 시선이 한 곳에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일 수 있는 축구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희 팀의 템포는 더 빨라질 것입니다."
▶박상인 부산교통공사 감독-동래고 시절 은사-갑작스럽게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구나. 천천히 단계를 밟아 최고가 됐으면 좋겠다. 연구도 많이 하고 세계축구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어떤 팀의 축구를 롤 모델로 삼고 있나. 또 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나.
"선생님, 고등학교 때 가르침 너무 감사합니다. 항상 열린 사고와 겸손한 마음으로 선수들이 원하는 걸 알아내려고 합니다. 공격수들이 함께 움직이는 역동적인 바르셀로나의 장점과 공간을 창출하는 무리뉴 감독의 전술을 결합한 팀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처음 팀을 맡으면서 뇌가 과부하 상태였습니다. 이제 뇌에서 불량세포들이 빠져나가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우리 선수들을 믿습니다. 충분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최용수 감독대행은 "고등학생 때 박 감독님께 나를 '개미'라고 부르셨다. 부지런하단 얘기다. 그런 칭찬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최용수는 1993년 처음으로 청소년대표팀에 발탁됐다. 박상인 감독이 청소년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부터다. 최 감독대행은 박 감독의 은혜를 잊지 못 한다.
▶박건하 올림픽대표팀 코치-축구계 동기-지난 번(8일 상주전) 골을 넣으니까 테크니컬 에이리어를 벗어나 경기장으로 들어가더라. 경고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심지어 코치들보고 경기장으로 들어오라고 하던데, 이래도 되는 거냐?
"나는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다. 경기 중 선수들이 나른 본다. 내가 선수들과 같이 일을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선수들이 고맙다는 퍼포먼스를 그렇게다로 보여주려고 했다. 경기를 맡은 주심이 경고를 주지 않았다. 즐길 줄 아는 사고문화가 정착된 것 같다. 경기 중 기쁨을 표현하는 건 팬들에게도 즐거움을 주는 일이다. 주부심도 축구인으로서 동업자 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김봉수 올림픽팀 GK 코치-안양 LG 시절 동료-예전 안양 LG에서 뛰던 생각이 난다. 좋은 출발을 해 대견스럽다. 감독 경험 전혀 없이 시즌 중에 팀을 이끌게 됐는데 분위기를 잘 반전시켰다. 특히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 어떻게 바꿨는지 궁금해.
"선수들에게 '너희가 주인공이다. 너희가 있음으로 내가 봉급을 받는다. 원하는 게 뭔지 마음에 두지말고 얘기하라. 나는 너희들을 도와주는 사람'이란 걸 강조합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습니다. 위기상황임을 잘 느끼고 있었던 거죠."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
[스타에게 묻는다 ①] 최용수 “퍼포먼스는 팬들에게 기쁨을 준다”[스타에게 묻는다 ②] 최용수 “추석때 한복입고 벤치에 앉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