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성남 감독-대표선수 시절 동료
-선수시절부터 많이 느껴왔던 건데, 너는 항상 앞에서는 어리숙한 척하면서도 할 일은 끝장나게 잘 하더라. A코스 지도자 연수 때도 과제물 받으면 불평을 제일 많이 하더니 나중에 보면 제일 먼저, 그 것도 깔끔하게 해가지고 오더라. 언제까지 어리숙한 가면 쓰고 살 거냐?"허허, 형님. 저는 그런 가면 없습니다. 제가 말주변도 없잖아요. 저는 항상 오픈마인드란 사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자세를 낮추지 않으면 상대가 다가오지 않는 것 같아요. 선수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는 형님의 사회성이 정말 부러워요."
※최용수 감독대행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항저우와 경기를 위해 출국하기 직전 신태용 감독으로부터 격려의 문자를 받았다. 내용은 '중국 가서 좋은 성적 가지고 돌아오라'였다. 최 감독대행은 출국 전에 신문을 통해 신태용 감독이 "우리는 무조건 공격 GO GO GO"라고 한 인터뷰를 봤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형님, 저는 투고(Two Go)에서 멈추겠습니다'. 연승도 좋지만 원정에서 신중하게 돌아가겠다는 뜻이었다. 센스쟁이 최용수다.-그리고 너 인터뷰 정말 잘 하더라. 29일 맞대결 앞두고 토크 배틀 한 번 할까? "형님, 우리팀의 장점은 다른 팀이 아무리 자극해도 반응을 안 한다는 겁니다. 경기장에서 보여드릴게요. 그리고 말로 제가 형님을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말 한 번 잘 못해 형님한테 혼날 걸 생각하면…. 사양할게요."
-그동안 내가 K-리그 막내 감독이라 부담이 많았다. 그래서 레슬링복 세리머니도 하고 그랬다. 이제 네가 막내이니 너도 뭔가 해야지?"저는 형팀처럼 격이 떨어지는 레슬링 세리머니 같은 건 안 합니다. 추석 때 한복 입고 벤치에 앉겠습니다."
▶이승렬-FC 서울 공격수
-감독님께서 독창적인 골세리머니를 하라고 하셨죠? 저도 골 넣고 광고판 위로 한 번 올라갈까요?"거 좋지. 대신 그 걸 하려면 경기장에 있는 광고판 전부 다 올라가야 할 거야. 그리고 너는 우리팀의 귀한 선수이니 네가 올라가기 전에 미리 안전검사를 내가 먼저 해주겠다."
※최용수 감독대행은 1997년 9월 6일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1998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카자흐스탄과 경기 때 선제골을 넣고 골세리머니를 위해 광고판에 올라섰다 그대로 떨어졌다. 생각보다 광고판이 튼튼하지 않았던 것이다. 2009년 신인왕인 이승렬은 꽤나 당돌하다. 지난 3월 올림픽팀에 발탁되자 최 감독대행은 이승렬을 불러 "올림픽팀에 가면 독창적인 세리머니를 하라"며 스타의식을 자극했다. 그러자 이승렬은 "그럼 광고판에 한 번 올라갈까요?"라며 당돌하게 되물었다. 그 때는 최 감독대행의 답을 듣지 못 했다.※최용수 감독대행은 즐겨부르는 노래를 심수봉의 '100만 송이 장미'라고 했다. 이유는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어려운 노래를 어쩌면 그렇게 편하게 부를 수 있을까. 들을 때마다 감탄한다. 축구도 어려움의 연속이다. 하지만 편하게 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다가 우리 선수들을 대하는 내 자세를 잘 대변해주는 것 같다. 우리 선수들 44명(2군 포함)은 나에게 44송이 장미나 마찬가지다. 아낌 없이 주면서 44송이 모두를 활짝 피우고 싶은 게 내 소망이다."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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