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길을 간다. 목적지도 똑같다. 하지만 보폭과 속도는 서로 다르다. 한 쪽이 빨라지면 다른 쪽은 느려진다. 한 쪽이 오르막에 접어들면 다른 쪽은 내리막이다. 참 묘하게 엇갈린다. 프로축구 K-리그의 두 거함 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이야기다.
양 팀은 3월6일 1라운드서 일찌감치 만났다. 원정팀 수원이 홈팀 서울을 2-0으로 완파하며 먼저 웃었다. 승리를 거둔 수원은 환호했고, 서울은 고개를 떨궜다. 이후 2개월 여. 어느새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연일 이어지는 상승세에 함박 웃음을 짓는 서울과 달리 좀처럼 가속도가 붙지 않는 수원은 초조해하고 있다.
◇서울, 터닝포인트를 지났다
서울은 시즌 초반 성적부진에 시달리며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7라운드까지 1승3무3패에 그쳐 1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공격축구 기조는 유지했지만 골 결정력이 따라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 이 과정에서 '서울을 아시아 최고의 축구 클럽으로 키워보겠다'던 황보관 전 감독이 7경기만에 중도 사퇴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감독 교체는 결과적으로 터닝포인트가 됐다. 오랫동안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던 최용수 수석코치가 감독대행 역할을 맡았고, '큰 형님 리더십'을 앞세워 팀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후 성적은 3연승. 14위까지 추락했던 성적도 어느덧 7위까지 뛰어올랐다. 서울 관계자들은 '최 감독대행의 지도력이 기대 이상'이라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수원, 자갈길과 맞닥뜨리다
수원은 정규리그 초반 6경기를 4승1무1패로 마치며 신바람을 냈지만, 근래에는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다. 공교롭게도 서울이 감독을 바꿔 분위기 전환에 성공할 즈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최근 4경기서 1무3패다. 순위도 8위로 내려가 서울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정규리그와 AFC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팀 컨디션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득점력 부족이 뼈 아픈데, 안정을 우선시하는 윤성효 감독의 보수적인 전술 스타일이 득점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행스러운 건 게인리히, 베르손 등 부진했던 외국인 공격수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쟁은 끝나지 않았다
서울과 수원은 21일 각각 대구와 부산을 상대로 K-리그 11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흐름을 유지하거나(서울) 또는 반전시키기 위해(수원) 반드시 이겨야 할 매치업이다. 서울은 최근 3경기서 9골을 기록한 공격력에 기대를 건다. 대구와 치른 최근 7경기서 6승1무로 무패 행진 중이라 자신감 또한 높다.
수원은 최근 11경기 연속 무패(8승3무, FA컵 포함) 중인 부산전을 앞두고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구단, 선수단, 팬들이 합심해 '기살리기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팬들부터 앞장 섰다. 부산전 승리를 기원하는 대형 현수막을 제작해 선수들을 격려한다. 가로 4m, 세로 12m의 대형 통천에 팬들이 푸른색 페인트로 손도장을 찍어 '수원 천하, 기 팍팍'이라는 글자를 완성시켰다. 프런트도 힘을 보탰다. 부산과의 역대 전적(2006년 이후 10승5무로 무패)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경기 당일에는 서정원 대표팀 코치, 고종수 매탄고 코치, 박건하 올림픽팀 코치 등 수원 레전드를 초대해 선수단을 격려하는 이벤트도 연다. 안팎의 노력에 대해 윤성효 감독 또한 승리를 약속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19일 열린 부산전 미디어데이 행사서 윤 감독은 "시원한 공격축구로 승리하겠다. 수원다운 축구를 선보일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