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꼭 한 번 서울을 꺾고 싶었습니다. 생각보다 그 날이 빨리 찾아와 기쁘고 후련합니다."
윤홍창이, 아니 윤시호(27·대구 FC)가 활짝 웃었다. 그것도 친정팀 FC 서울과의 경기에서 2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2-0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대구는 21일 열린 서울과의 K-리그 11라운드 원정경기서 전반과 후반에 한 골씩을 터뜨려 완승을 거뒀다. 승리의 중심에 코너킥 찬스마다 정확한 볼 배급으로 연속골을 이끌어낸 윤시호의 활약이 있었다.
윤시호는 올 시즌 FC 서울에서 대구 FC로 팀을 옮긴 이적생이다. 2003년 동북고를 졸업하고 안양 LG(서울의 전신)에 입단했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채 2군을 전전했다. 지난해까지 눈물밥을 먹다 올 시즌 이영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대구로 건너갔다.
이름도 바꿨다. '윤홍창'이라는 이름으로 26년을 살았지만 '이름을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는 주변의 권유를 받아들여 올 시즌 초 '윤시호'로 개명했다. 심기일전의 마음을 새 이름에 담았다. 심기일전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대구에서 주전을 꿰찰 수 있었고, 꾸준히 그라운드를 밟았다. 서울에서 보낸 8년간 1군 무대를 밟은 건 18차례 뿐. 하지만 올 시즌 대구에서는 벌써 10경기에 나섰다. 꾸준히 컨디션을 유지하며 서울과의 맞대결을 기다렸다. 눈물 흘린 기억 뿐인 친정팀을 꼭 한 번 넘어보고 싶어서였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1일 경기서 윤시호는 전반44분 코너킥 찬스에서 키커로 나섰고, 동료 수비수 이상덕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후반22분에는 똑같은 상황에서 안성민의 추가골을 도왔다. 윤시호의 활약을 앞세운 대구는 거함 서울과의 원정경기서 2-0으로 승리하며 최근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프로통산 첫 공격포인트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른 활약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윤시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다른 것을 다 떠나 서울을 이겼다는 점에서 감회가 남다른 경기였다"고 밝힌 그는 "복수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다. 지난 7년간 서울에서 2군을 전전했다. 그런 아픔과 시련들이 오늘 경기에서 어시스트로 이어졌다"고 했다.
윤시호는 "서울에서는 함께 경쟁하는 멤버들이 워낙 쟁쟁해 1군 무대를 밟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선수 생활을 지속해야할 지 고민도 많이 했다"며 옛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축구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대구에 왔다. 열심히 준비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으로 믿었다"면서 환하게 웃어보였다.
서울=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