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1978년 국내 기지인 캠프 캐럴에 고엽제를 파묻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이 소식을 재빠르게 내외에 알리며 미국 비난에 열을 올렸다.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선중앙방송은 22일 "당시 남조선 강점 미군기지에 근무했던 퇴역군인 3명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고엽제를 넣은 도람통(드럼통) 250개를 기지내 땅에 묻었다고 폭로했다"며 "파묻은 고엽제의 양은 무려 50t에 달한다"고 고엽제 매몰 사실을 상세히 전했다.
중앙방송은 "미국은 웬남(베트남) 침략전쟁시기 고엽제를 마구 뿌려대는 범죄행위를 감행했고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국무장관의 승인하에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에도 방대한 양의 고엽제를 살포했다"며 "인체에 치명적인 고엽제의 후과로 베트남 전쟁터에 끌려갔거나 고엽제 살포에 내몰렸던 수많은 괴뢰군이 죽었고 피해자는 물론 후대들도 각종 질환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북한이 대내방송을 통해 '고엽제 매몰'소식을 신속하고 상세히 전한 것은 주민들에게 반미의식을 고취함과 동시에 이를 막지 못한 한국정부도 함께 비난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대내매체뿐만 아니라 대외매체들도 고엽제 불법매몰 사실을 전하며 한국내 반미감정 조장과 함께 한미관계에 틈을 벌이려 애를 썼다.조선중앙통신은 같은 소식을 전하며 "퇴역군인들이 3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만성적인 관절염, 정신장애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증언했다"며 미국을 거듭 비난했다.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도 이날 한국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인용해 "영화 '괴물'이 현실로 나타났다. 배경이 한강에서 락동강(낙동강)으로 바뀌었을 뿐 영화 괴물의 설정내용 그대로다"라며 "(캠프 캐럴이 있는) 칠곡군 측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그동안 캠프캐럴이 기름유출 등 환경을 오염시킨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또 "미군은 2004년까지 비가 오는 날이면 작은 하천을 통해 기름을 유출했고 칠곡군은 그때마다 방제작업을 하고 수시로 기름유출 방지를 요청하곤 했다"며 "고엽제 매몰이 사실이라면 이로 인해 지하수가 오염됐을 수 있고 이 지하수가 관개에 이용됐다면 음식재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파장 확산에 열을 올렸다.
한편 이날 한국과 미국 정부는 경북 왜관지역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몰문제의 신속하고 투명한 해결을 위해 한미 공동조사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