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은요일 요원은 신생 테러조직 '비스타 클럽'의 테러범들이 테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에서 무엇인가를 밀수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하지만 무엇을 밀수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다.
비스타 클럽의 밀수를 수사해나가던 은요일 요원은 비스타 클럽이 홍콩에서 외제 중고차 한 대를 국내로 반입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고차 한 대의 가격이 2억원이 넘는 고급 스포츠카였다. 하지만 문서상으로 보면 외국에서 그 자동차를 타던 사람이 통관절차를 거쳐 정식으로 들여오는 반입품이었다.
일단 조사는 해봐야 했다. 은요일 요원은 그 차를 조사해보기 위해 조은비 요원과 함께 세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두 요원이 세관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통관절차가 끝난 뒤였다. 요원들의 눈앞으로 잘 빠진 외제 스포츠카 한 대가 획 지나갔다.
요원들은 세관 앞에 서있던 교통경찰관의 협조를 얻어 경찰차를 타고 멀리 사라져가는 외제차를 뒤쫓았다. 테러리스트가 탄 스포츠카는 시속 320㎞까지 낼 수 있었지만 결코 과속을 하지 않았다. 경찰차자 정지신호를 보내자 도심 한복판의 길가에 얌전히 멈추어 섰다. 교통경찰관과 두 요원이 다가가자 외제 스포츠카의 운전수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뺑소니 신고가 들어와서 조사 중입니다.” 은요일 요원이 시킨 대로 교통경찰관이 대답했다.
경찰관의 말을 들은 운전수의 얼굴에 불안한 표정이 살짝 드러났다 사라졌다.
은요일 요원과 조은비 요원은 뺑소니 흔적이라도 찾는 것처럼 자동차 곳곳을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전혀 없었다.
“무고한 시민 붙잡고 너무 시간 끄는 거 아닙니까? 나 아주 바쁜 사람입니다.” 두 사람이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채 시간만 끌자 운전수는 기세가 등등해졌다.
조은비 요원이 은요일 요원을 한쪽으로 불렀다. “아무리 봐도 이상한 점이 없는데….” 그때 은요일 요원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전화를 건 사람은 홍콩에서 활약하고 있는 요원으로 ‘버지니아 울프’라는 암호명을 쓰고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은요일 요원에게 얼마 전 홍콩에서 한국인들로 추정되는 수상한 자들이 엄청난 양의 금괴를 사들였다는 정보를 알려줬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은요일 요원의 머리에 뭔가가 떠올라왔다. 그랬다. 오래 전부터 밀수범들은 금을 녹여 기계 부품 등으로 위장해 밀수하는 방법을 써왔다. 어쩌면 이번에는 기계 부품이 아니라 자동차 전체가 금으로 이루어져 있을 수도 있었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자동차의 페인트를 벗겨내 보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값비싼 자동차의 도색을 여기저기 벗겨냈다가 만약 황금으로 된 자동차가 아니면 막대한 뒤처리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또 시간도 부족했다.
그때 조은비 요원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냈다.
“아! 이 자동차의 무게를 달아보면 이 차의 부품들이 순수한 정품인지 아닌지 금방 알 수 있을 텐데요. 금은 쇠보다 2.5배 정도 무겁잖아요. 자동차의 일부 부품만 금이어도 무게 차이가 확연할 것 같은데…. 난 스포츠카에 관심이 많은데, 이 차는 공차중량이 2115㎏이예요.”
조은비 요원의 말에 은요일 요원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데 어떻게 자동차의 무게를 잰단 말인가?
교통경찰관과 두 요원이 더 시간을 끌 기미가 보이자 운전수가 압수수색영장을 가져오라고 항의했다.
은요일 요원과 조은비 요원이 흠을 내지 않고 자동차의 무게를 잴 수 있을 만한 저울을 수배했으나 그런 저울은 어디에도 없었다. 인근 공장에까지 가서 알아보았으나 기껏 최대 300kg의 무게를 잴 수 있는 체중계 모양의 저울이 2개 있을 뿐이었다. “아, 좋은 방법이 있어요!” 은요일 요원과 조은비 요원은 곧 외제 스포츠카의 무게를 정확히 잴 수 있었고 그 차의 부품 상당 부분이 금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문제> 은요일 요원은 300kg까지 밖에 잴 수 없는 체중계 모양의 저울 2개로 어떻게 2000kg(2톤)이 넘는 자동차의 무게를 잴 수 있었을까? 문제>
<정답 및 해설>
은요일 요원은 2개의 저울 위에 판자를 올려놓고 자동차의 바퀴 하나씩을 번갈아가며 올려놓아 두 개의 저울에 표시되는 무게의 합을 더해 자동차의 무게를 쟀다. 자동차가 약 2톤이고 4개의 바퀴를 가지고 있다면 바퀴 하나에 약 500kg씩의 하중이 걸린다. 하지만 은요일 요원은 500kg을 잴 수 있는 저울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최대 300kg을 잴 수 있는 저울 2개가 전부다. 그래서 은요일 요원은 2개의 저울 위에 판자를 올려놓는 방법을 사용했다. 판자로 이어진 2개의 저울 위에 자동차 바퀴 하나를 올려놓았을 때 두 개의 저울에 표시되는 무게의 합을 더하면 그게 바로 자동차 바퀴 하나에 걸려 있는 무게이고, 이런 방법을 반복해 네 바퀴의 무게를 모두 재서 더하면 그게 자동차 전체의 무게이다. 정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