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의 헤로인 탕웨이가 제47회 백상예술대상(이하 백상) 레드카펫 위에 모습을 드러내자 팬들은 함성을 질렀다. 외국인 여배우가 국내 시상식에 참석한 것 자체가 놀라움이었다. 더구나 외국인으로서 백상 후보에 오른 것은 탕웨이가 처음이었다.
치열한 경합 끝에 그가 영화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 트로피의 주인공으로 호명되자 객석에선 더 큰 박수가 터졌다. 탕웨이는 미처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안녕하세요 탕웨이입니다"라고 한국말로 소감을 전했다.
취중토크는 백상의 최초 외국인 수상자이자 막걸리를 즐기는 '지한파' 탕웨이를 시상식이 끝난 직후 무대 뒤 특별 대기실에서 단독으로 만나 인터뷰했다. 평소 좋아한다는 막걸리를 준비했음에도 미처 터뜨릴 여유까지는 없었지만 그는 수상의 감격에 도취돼 인터뷰 내내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뷰는 영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진행됐다.
▶백상 수상 "굉장한 영광"-백상예술대상에 대해 알고 있었나요."최우수연기상 후보가 됐다는 말을 전해 듣고 자료를 열심히 찾아봤어요. 한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아니지만 우선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부터 하고 싶어요."
-오늘 참석하게 된 과정은."꼭 참석하고 싶었고 다행히 스케줄도 잘 맞았어요. 삼성전자 스마트TV 모델로 방한하는 일정이 24~25일로 잡혔는데 백상 시상식이 바로 다음날인 26일이라는 얘기를 듣고 꼭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외국인으로서 백상 수상은 처음인데."정말 굉장한 영광이죠. 한국에는 엄청나게 훌륭한 연기자들이 많은데 제가 받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어요."
-다른 수상자들과 만난 소감은 어때요."모두 멋지고 훌륭한 분들이에요. 이런 스타들과 함께 수상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레드카펫 드레스 컨셉트는 뭐였나요."시상식 참석을 결심하고 드레스에 공을 좀 들였어요.(웃음) 헤어와 메이크업도 한국에서 실력있는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날 탕웨이는 독특한 프린트의 플리츠(주름) 드레스로 멋을 냈다. 큰 키에 롱드레스가 매치돼 화려하고 눈부셨다.
▶막걸리 애호가? "고향 술보다 훨씬 달콤"-한국과는 유독 인연이 깊은 것 같아요."맞아요. 본격적인 것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부터인 것 같아요. '만추' 시사회를 그 때 처음 했는데 당시에도 현빈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석을 못했지만 저는 한국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죠. 아주 행복한 경험이었어요."
-'만추' 촬영을 통해 얻은 한국영화에 대한 느낌은."촬영 내내 너무 성실하고 진지한 모습에 감탄했어요. 스태프 전체가 영화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감독님이나 동료 배우, 스태프 등 한국남자들이 모두 수줍음이 많다는 걸 알았어요.(웃음) 또 한국여자들은 그때그때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배우나 여자 스태프들이나 할 것 없이 모두 피부가 곱고 성격이 발랄했어요."
-서울 홍대에서 열린 '만추' GV(관객시사) 때도 참석했던데…"그때도 CF 촬영 차 서울을 방문했다가 마침 그날이 '만추' 마지막 상영일이라고 해서 무심코 갔는데 그게 기사화돼고 화제가 돼서 깜짝 놀랐어요. '만추'를 여러번 봤지만 마지막 상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 시사회였던 것 같아요."
-막걸리를 좋아한다고 들었어요."(웃음)맛있어요. 술이 센 편이 아닌데 막걸리는 잘 들어가요. 좀 취한다 싶을 때, 다른 사람들은 많이 취해서 아쉬울 때도 있었어요. 중국 제 고향에도 막걸리처럼 쌀로 만든 비슷한 술이 있어서 더 친숙한 것 같아요. 그런데 막걸리가 훨씬 달콤해요."
이날 그를 위해 막걸리가 스탠바이 상태였다. 그러나 시상식 중계방송이 끝나고 수상자들 기념사진 촬영까지 마치고 난 시간이 벌써 오후 11시. 탕웨이는 27일 새벽 비행기를 타야했다. 의상도 좀 불편해보였다. 잔을 부딪치는 대신 좀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김인구·유선의 기자 [clark@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
▶[취중토크 ①] 탕웨이 “한국 남자들 수줍음 많다”▶[취중토크 ②] 탕웨이 “현빈 해병대 영상 보고 놀랐어요”▶[취중토크 ③] 월드스타 탕웨이의 대표 작품▶[취중토크 ④] 탕웨이 ‘백상예술대상’ 특별 섭외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