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 승부조작 파문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승부 조작과 연루된 경기단체에는 토토 지원금을 끊는 등 돈줄을 죄고 브로커나 불법 베팅 원영자에 대한 신고자 포상금 제도 등을 마련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불법 세력들은 정부가 휘두른 칼을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같은 날 저녁 한국은 가나와 평가전을 열었다. 인터넷 문자 중계 아래 응원 댓글을 올리는 창에는 '○○○.net 알죠 ㅋㅋ!! 스포츠 베팅!!', 'XX 경기픽사이트. 어제 국대 친선경기 스웨덴 프랑스 적중!' 등의 베팅을 조장하는 글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포털 측에서 실시간으로 베팅과 관련된 댓글을 삭제했지만 열 명이 지켜도 도둑 하나를 잡기란 쉬운 게 아니다.
불법 베팅 규모는 연간 약 3조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인터넷 불법 베팅 업체는 서버를 외국에 두고 운영하며, 재빠르게 옮겨다니기 때문에 실체를 파악해서 잡아낸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불법 베팅업체가 정부의 발표를 귓등으로 듣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선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선수들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축구를 검은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는 일은 결국 축구인밖에 할 수가 없다. 김빠지는 대책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축구인의 도덕적 재무장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경기 막판 극적인 골로 가나에 2-1로 승리하던 순간 인터넷에는 '뭔가 냄새가 난다.. 이놈의 축구 이젠 믿을 수가 있어야지', '끝내기 골 딱봐도 조작이네. 역시 승부조작 한국 개축구', '마지막 가나 골키퍼 움직임이 이상했다니까.. 돈 받은 거 같은데?' 등등 자극적인 댓글이 올라왔다.
승부 조작과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이다. 그리고 상대는 끈질기고 재빠르며 집요하다. 정부 당국자도, 축구인은 물론 체육인 모두 마음 단단히 먹어야한다.
박지혜 기자 [isedi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