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독수리보다 더 우아하다."
'황새' 황선홍(43)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독수리' 최용수(40) FC 서울 감독대행에게 "프로의 쓴 맛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양 팀은 11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리그 13라운드 경기에서 만난다. 황 감독은 "최 감독대행의 자신감이 대단하다. 아주 보기 좋다. 하지만 내일은 '프로가 이래서 어렵구나'하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며 옛정은 잠시 접어놓기로 했다.-경기를 앞둔 소감은."근래 축구계에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축구인 한 사람으로서 팬들께 죄송하다. 팬들의 신뢰를 살리기 위해 보다 좋은 축구로 보답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발걸음이 내일 서울과 경기가 될 것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을 쏟아붓는다면 조금이나마 팬들 사랑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용수를 라이벌로 여긴 적 있었나."굉장한 라이벌이었다. 선수시절 내가 가지고 있지 못한 걸 갖고 있었다. 부러웠다. 최 감독대행과 황선홍의 장점을 잘 섞었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됐을 것이다. 나는 좀 샤프하고 우아하지 않는가(웃음). 최 감독대행은 파괴력이나 터프한 면이 좋았다. 상반되는 두 성격이 믹스돼야 좋은 공격수가 된다."
-독수리가 강한가. 황새가 강한가."강하다고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우아함, 부드러움 속에서 승리가 나온다. 내일은 포항이 이긴다."
-A매치 휴식기 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시즌을 앞둔 동계훈련 때 수비불안을 걱정했는데, 의외로 공격에 취약해졌다. 공격적인 부분에서 더 좋은 전술을 펼치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수비도 개인적인 수비가 아니라 조직이 하는 수비를 다 다듬었다."
-두 팀 모두 공격적이다. 한 두 골로 승부가 나지는 않을 것 같은데."3번째 골을 넣는 팀이 이길 것이다. 서울은 공격력이 좋고, 개인기량도 출중하다. 그 선수들을 조직적으로 막아내야 한다. 최용수 감독대행의 골 세리머니가 회자되고 있다. 내일 경기에서는 그 세리머니를 볼 수 없도록 할 생각이다."
-새로운 K-리그 라이벌전을 기대해도 될까."감독으로는 처음 맞붙는다. 우리도, FC 서울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좋은 라이벌은 리그 전체와 팀을 발전시킬 수 있다. 좋은 라이벌로 형성됐으면 좋겠고, 만날 때마다 이야깃거리도 많았으면 좋겠다."
-최용수 감독대행이, '내일 경기를 양보하라'고 했는데."경기는 항상 이기기 위해 한다. 최 감독대행과 FC 서울의 자신감이 대단하다. 그만한 자격이 있는 팀이다. 하지만 내일은 나도 갈 길 바쁘다. 승점 3점을 줄 생각은 없다. 최 감독이 '아, 프로는 역시 어렵구나'하는 말이 나오도록 하겠다."
-서울의 강점은."외국인 선수가 강하다. 데얀·몰리나·제파로프 등의 플레이는 위협적이다. 개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 조직적인 수비가 필요하다. 최용수 감독도 얘기했지만, 수비 쪽에는 허점은 있다고 본다.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다. 좋은 승부가 될 것이다."
장치혁 기자 [jangt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