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없는 음반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최근 미니앨범 '레미니선스(Reminiscence)'를 낸 여성 4인조 버블시스터즈(서승희 38, 강현정 34, 김민진 27, 최아롬 25)에겐 진짜 우여곡절이 많았다. 강현정은 음반 녹음 중인 지난 3월 출산을 했다. 말그대로 아이를 낳듯이 만든 앨범. 강현정 출산이 임박했을 무렵 막내 멤버 최아롬은 공연 중 추락해 골반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음반 녹음은 한 달이 넘게 올 스톱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사연 많은 앨범을 들고 나온 버블시스터즈는 "많은 일을 겪은 만큼 진한 감정이 잔뜩 묻어난다. 여성들의 깊은 감성을 건드릴 노래"라고 자평한다.
-공백이 길었는데 어떻게 지냈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음악을 했다. 4년간 방송엔 거의 출연하지 않았지만. 난 제작사를 만들어 신인가수를 발굴하며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했다. (강)현정이는 계명문화대학 등에서 가수 지망생들에게 보컬지도를 했다. 그사이 아이도 낳았고. (김)민진이는 학교 친구들과 인디 보컬밴드 힛 더 나인을 만들어 홍대 클럽 등에서 활동했다. 막내 (최)아롬이는 지난해부터 일렉트로닉 그룹 하이브리 파인의 객원보컬로 활동하며 늘 음악과 함께 지냈다."(서승희)
-강현정은 3월에 아들을 낳았다고. 녹음은 어떻게 했나. "출산 2주 전까지 녹음을 했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 분비가 달라져 감정의 기복이 아주 심했다. 프로듀싱을 한 승희 언니가 임신 중 목소리 느낌이 좋다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 때까지 녹음을 하자고 권유했다. 나중엔 배가 너무 불러 숨을 쉬기도 힘들더라. 참 많이 울며 노래했다. 과정은 너무 힘들었는데 출산하고 들어보니 아이 가졌을 때 부른 노래가 참 듣기 좋더라. 아이 낳고 4주 만에 복귀해 녹음을 또 이어갔다. 중간 중간 모유를 짜고 아이를 생각하면서 녹음한 음반이라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강현정)
-사고도 있었다고. 막내 최아롬은 공연장에서 부상을 입었다면서. "브라운아이드소울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서 발을 헛디뎌 골반뼈가 부러졌다. 현정 언니 출산에 가까웠을 때였다. 두 달간 병원에 누워서 지냈다. 영준, 나얼 오빠가 엄청 미안해 하더라."(최아롬)
"한 명은 아이 낳고, 아롬이 마저 골반이 부러져 누워 있는 걸 보니 참 막막하더라. 주변에선 우스갯 소리로 '버블은 앨범은 골반으로 만들었다'는 얘기를 하더라. 당시엔 이 음반을 발표할 수는 있을지, 참 걱정 많았다. "(서승희)
-요즘 듣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블시스터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 않았나. "MBC '나는 가수다'에 감사한다. 우린 비디오형이 아닌, 오디오형의 가수 아닌가. 타이밍이 잘 맞아 설 자리를 얻은 것 같다. 다행히 버블시스터즈라고 하면 노래를 못하는 팀이란 생각은 안 하시는 것 같다. 버블시스터즈란 이름 하나 믿고 온라인 음원사이트에서도 좋은 자리를 내주시더라. 버블시스터즈란 이름에 팬들의 신뢰가 쌓인 것 같아 뿌듯했다. "(김민진)
-신곡 '피아노의 숲'을 소개해 달라. 잔잔한 발라드라서 의외란 반응도 있는데. "데뷔곡 '버블송'(2003년)이 워낙 강렬해 아직도 파워풀하게 지르는 노래를 기대하신다. 그런 팬들껜 약간 실망감을 드릴지도 모르겠다. 요즘 노래들이 너무 소리를 지르는데 집중돼 있어서 오히려 반대로 갔다. 동화적인 가사에 지르기보다는 안으로 삭이는 감성을 표현했다. 멤버간 화음과 세밀한 소리들을 표현하는데 주력했다."(강현정)
-원년 멤버를 기억하는 팬들이 많다.(지난 2005년 원년멤버 김수현, 영지가 탈퇴했다) "2005년에 민진, 아롬이가 들어왔는데 그 이후로 방송 출연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 땐 멤버들도 나이가 많이 어렸고 현정이와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이라 멤버로 자리를 많이 마련해 주지 못한 것 같다. 이번엔 동생들한테 공간을 많이 주려고 애썼다. 이젠 언니들 보다 노래 실력도 늘어 어디 내놓아도 자신있다. "(서승희)
이경란 기자 [ran@joongang.co.kr]
(사진=오스카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