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티즌은 4일 오후3시30분부터 대전월드컵 보조구장에서 회복훈련을 했다. 2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왕선재 대전 감독도 선수단과 함께 공을 돌리며 몸을 풀었다. 오후 4시36분 대전 선수들은 연습경기를 시작했다. 왕 감독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연습경기를 지켜봤다. 이때 이재우 대전 총무팀장이 보조구장을 찾았다. 어두운 얼굴의 이 팀장은 왕 감독에게 말을 걸었다. 그리고 종이 한 장을 건냈다.
왕 감독의 얼굴은 굳었다. 기자가 묻자 왕 감독은 "아무 것도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참을 하늘만 보던 왕 감독은 힘들게 입을 열었다. "구단의 일방통행을 이해할 수 없다.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새로운 사장님이 온 뒤로 나와 미팅도 없었다. 구단에서 감독을 내보낼 때는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왕 감독은 '감독 계약해지통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여줬다. 해임 사유에는 '승부조작 사건관련 선수단 총체적 관리 부실'과 '성적부진'이라고 적혀있었다. 왕 감독은 "현재 K-리그 승부조작은 대전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이렇게 물러나면 다른 15개 구단 감독도 위험할 수 있다. 구단이 감독을 파리 목숨으로 알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다. 그는 "권고사임과 해임은 다르다.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다"고 말했다.
관련해 김광희 대전 신임사장은 "내가 오기 전부터 이사회에서 왕 감독의 사표를 수리했다. 나는 그냥 통보한 것에 불과하다"며 "5월 말 승부조작이 터졌을 때 정리됐어야 하는 일이다. 어차피 왕 감독도 6월 9일에 사표를 냈었다"고 설명했다.
회전문 인사로 대전에 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나도 우송대학교에서 교수를 하고 있었다. 교수라는 편안한 직업을 버리고 대전으로 왔다. 코드인사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이르면 다음주까지 훌륭한 감독을 영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전은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기존에 대전에서 감독을 하던 분을 데려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