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상할 법도 했으나 담담했다.
LG 투수 심수창(30)은 8일 잠실 KIA전 선발 등판 6⅔이닝 5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패전 멍에를 썼다. 지난 2009년 6월26일 문학 SK전 이후 15연패째.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에 한개차로 접근하면서 불명예 기록의 주인공이 될까 노심초사할 법도 했으나 표정은 밝았다.
지난 5월28일 넥센전 6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승리투수 요건을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으나 불펜이 날려버린 기억에 승리와의 인연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서일까. 평소 연패에 대해 "내가 잘 던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며 담담해하던 심수창은 승패보다 호투를 펼쳤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했다. 심수창은 경기 뒤 "오늘 볼끝이 좋았다. 타이밍을 뺏으려고 직구와 포크볼을 섞어 던진 게 주효했던 것같다. 실투가 아쉽기는 하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포수 조인성과의 호흡이 좋았다. 1회 1사 만루 위기에서 조인성은 마운드로 올라가 심수창에게 "오늘 공에 힘이 있으니 가운데로 던져보자"고 했고, 심수창은 정면승부로 나지완과 차일목을 각각 2루수 뜬공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없이 이닝을 마쳤다. 이후 5회까지 최고구속 142㎞짜리 직구에 커브·슬라이더·포크볼·투심패스트볼 등 다양한 구종으로 KIA 타선에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0-0이던 6회 1사 뒤 안치홍과의 풀카운트 승부에서 던진 공이 비로 인해 손에서 빠지며 볼넷을 허용했고, 이범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1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대타 이종범을 맞아 볼카운트 2-1로 유리한 고지를 점했으나 결정구로 던진 포크볼이 실투가 되면서 좌전 적시타를 맞고 1실점. 허탈할 법도 했으나 심수창은 다음타자 차일목을 유격수 앞 땅볼로 유도,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종료했다. 이날 심수창은 어떤 타선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투수가 아니었다.
결국 심수창은 0-1이던 7회 신종길과 김주형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힘을 냈으나 2사 뒤 임찬규와 교체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굵어진 빗줄기에 강우콜드 경기가 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심수창은 "승패보다 내가 나서는 경기에서 호투하고 팀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 투구하겠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잠실=허진우 기자 [zzzmas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