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섹시토크] 너는 펫! 너는 짐승돌!
일본 유명 만화 원작(드라마)이 한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이다.
만화 '너는 펫'(야요이 오가와)은 간단히 설명하면 키 크고 능력 있고 미인인 여주인공이 집 앞에 버려진 소년을 주워와서 애완동물처럼 기른다는 내용이다. 지금도 내 서가에 보물처럼 꽂혀있는 이 만화는 여자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다.
주인공 ‘모모’ 역할로 드라마에서는 ‘마츠모토 준’이 맡았다. 소년의 풋풋함이 성숙되어 섹시함을 넘어서는 카리스마로 자라야 하는 설정이었는데 천정명을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장근석 캐스팅도 마음에 든다. 물론 일본 내의 인기를 감안한 것이었을 테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도 원작 팬인 내가 봤을 때 연기력이 출중한 만큼 나쁘지는 않다.
작품 속 명장면은 스미레(여주인공)가 모모를 강아지 다루듯 목욕시키다가 어느 날 부쩍 성숙해버려 모모의 벗은 몸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며 설레는 표정, 그리고 모모와 스미레의 첫날밤, 바로 옆방의 모모 누나들이 종이컵을 벽에 대고 두 사람의 생생한 ‘소리’를 듣는 장면을 많은 팬들이 꼽는다. 누나들의 품에서 무용만 하면서 크다가 자라서 방황하다 못해 이 여자 저 여자, 또는 남자의 품 안에서 떠돌던 소년이 우연히 집에 굴러들어왔는데, 사실 그는 개성이 너무 강한 무용의 천재였다는 설정은 숨은 왕자를 찾는 신데렐라 버전의 변형으로 단순화하기 쉽다.
그러나 내가 꼽는 명장면은 다르다. 모모의 엄마가 스미레를 보고 첫눈에 “당신의 존재가 이 애를 바꿔놨군요”하며 고마워하는 장면과 모모를 보고 그의 친구들이 “옛날의 넌 그저 그런 천재였어. 하지만 지금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오라가 증폭해 무대가 빛난다는 걸 알아”라고 칭찬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다음 장면, 이제 더 이상 애완견 ‘모모’의 이름으로 불리고 싶지 않아 ‘다케시’라는 본명을 쓰는 그가 아빠와 화해하고, 스미레를 사랑하기로 하고 거울 앞에서 스스로 긴 곱슬머리를 자르는 장면이다.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의 삭발 장면은 혹시 여기서 영감받은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매력적인 한 장면이다. 스미레가 하스미 선배와 만날 때, 사람들은 외모와 조건이 필요 충분한 그림 같은 커플이라고 찬양했지만 둘은 그저 오르골 인형같이 판에 박힌 커플일 뿐이었다. 때마침 오르골 인형 태엽은 다 감겨 멈춰버리는데, 그 장면을 영화는 어떻게 그려낼까.
단순하게 능력을 가진 여자가 애완남을 데리고 논다는 줄거리로는 작품 설명이 충분치 않다. 겉으로는 누가 봐도 완벽한 알파걸 스펙을 갖춘 스미레는 자아가 불안하고 미성숙해 수퍼 패밀리 속에서 억압받던 울보 소녀에 불과하다. 모모 역시 부모의 불화 아래 스스로의 천재성을 감당 못해 방황하던 작은 소년이었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집 앞 쓰레기장이었지만 둘은 연이 닿았다고밖에 설명 못하는 천상의 커플이었다. 왜냐면 둘 다 서로를 통해 눈부시게 성숙하기 때문이었다. 목욕장면이나 베드신을 토핑으로 올려 이 영화를 그저 흔한 로맨틱 코미디로 만들고 만다면 원작 오덕후인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했다간 내가 일본 웹페이지를 돌아다니며 ‘너희들 바보’ 라고 써놓고 돌아다니겠다. 아무렴.
이영미는?
만화 '아색기가' 스토리 작가이자 '란제리스타일북' 저자, 성교육 강사, 성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