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균PD는 '최고의 사랑'을 통해 명실공히 '히트메이커'로 떠올랐다. '뉴하트' '선덕여왕'에 이어 '최고의 사랑'까지 시청률과 평가 양 면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 특히 '최고의 사랑'은 최초의 로맨틱 코미디 도전작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꼼꼼한 작업 스타일 때문에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감독'이란 말을 듣기도 하지만 결국 이런 섬세함 때문에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최고의 사랑'의 DVD작업에 한창인 박홍균 PD와 여의도 MBC 사옥에서 만남을 가졌다.
-'최고의 사랑'은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나."결과적으로 잘 돼 다행이다. 하지만, 방송 초반에는 시청률이 안 나와 고민이 많았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초반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촬영도 즐겁게 했다. 오히려 후반부에 가서 여러모로 집중력이 떨어져 원하는 만큼의 퀄리티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아쉬웠나."촬영일정이 빡빡해지면서 힘들어지는 부분이 많았다. 솔직히 좀 가벼운 마음으로 작업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로맨틱코미디를 택한 면도 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굉장히 어렵고 힘들었다. '선덕여왕' 때는 '죽어도 못 찍겠다' 싶은 장면이 많아 애먹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찍으면 좋을까'라는 고민이 많았다."
-홍자매 작가와의 작업은 어땠나."겁없이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하게 된 것도 홍자매 작가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끝낸후 4~5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는데도 멋진 시놉시스를 만들어내는 걸 보고 순발력이 굉장히 좋다는 걸 느꼈다. 그들은 평소 휴식시간이 생길 때면 수십권의 책을 쌓아두고 쉴새없이 읽어나간다. 굉장히 성실한 작가들이다. '최고의 사랑'이 막바지로 가면서 대본이 좀 늦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 굉장히 안정적인 작업을 해냈다고 생각한다."
-'최고의 사랑'은 음악이 특히 돋보였다."음악감독이 '뉴하트' '선덕여왕'에 이어 이번에도 나와 함께 했다. 특히 '최고의 사랑' 때는 고생이 많았다. 뮤직드라마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음악이 들어갔다. '두근두근'은 일곱번이나 '다시'를 외쳤다. 음악팀 역시 이런 작업이 처음이라 초반에 애를 먹었지만 중반 이후부터 아이디어가 빵빵 터졌다."
-이승기 대신 차승원이 들어오면서 대본을 급수정했다. "차승원이란 배우의 장점과 스타일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그가 결정된 뒤부터 별 고민없이 맞춰나갈 수 있는 지점이 형성됐다. 우리가 생각했던 독고진 캐릭터를 차승원이 200% 이상 멋지게 표현해줬다."
-현장에서 '까다로운 감독'으로 통한다. "밥을 제 때 못 먹이고 촬영한 적도 많다. 배우들에게도 미안했지만 무엇보다 스태프들에게 죄송스럽다. 배우들은 쉬는 시간에 알아서 챙겨먹을 수도 있지만 스태프들은 내가 안 움직이면 정말로 먹기가 어렵다."
-배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문제가 없었나."배우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현명한 연출자라면 현장에 있는 모두가 즐겁도록 잘 만들어가야하는데 내가 그런 면에서는 좀 부족했던 것 같아 반성하고 있다. 내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잘 만들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어떤 배우는 극의 전개상 희생을 감내해야 해 불만도 생겼다. 일단, '최고의 사랑'은 독고진 캐릭터를 중심으로 했기 때문에 타 배우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아쉬움도 있었다. DVD에서는 편집방향을 바꿔 이런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보완했다. 결국은 배우나 스태프 입장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필모그래피가 돼야 좋은 게 아닌가. 감독 밑에서 일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작품'이란 주인의식을 가진다면 내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해줄 순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번에 '흥행배우'가 된 윤계상에 대해서도 한 마디 부탁한다. "윤계상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그 스스로 연기에 대한 프라이드도 굉장히 강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면이 너무 세서 오히려 좀 자연스러운 면을 끌어내보려 노력했다. 치밀하고 계산적인 연기보다 무장해제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앞으로 그런 유연함이 좀 더 생긴다면 정말 무서운 배우가 될 거다. '풍산개'도 봤는데 굉장한 폭발력이 잠재돼있는 것 같았다."
-간접광고 때문에 말이 많았다.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간접광고를 다양하게 시도해봤다. 먼저 드라마의 제작환경에 대해서도 알아줬으면 한다. 내가 처음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던 당시에 비해 배우들의 출연료는 10배가 뛰어올랐다. 그런데 전체 제작비는 2배 정도 밖에 안 올랐다. 출연료가 전체 제작비의 60%를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쓰는 돈이 많아져 광고가 완판된다 해도 제작비를 건질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인다. 결국 간접광고 유치는 부족한 제작비를 메우기 위한 '비상대책'이다."
-출연료 상승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나."'출연료만' 올라가는 건 문제가 있는거다. 스태프들 밥값이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 4천원 정도였다. 지금은 5천원이다. 스태프들의 처우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출연료는 끊임없이 오르기만 한다. 영화계에서는 배우들도 개런티를 줄여가면서 출연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 쪽에서는 그런 일이 없어 아쉽다."
-'최고의 사랑'처럼 방송사 자체제작 드라마가 많아져야한다는 입장인가. "그렇다. 제작비 문제가 크다보니 공중파에서 자꾸 외주제작사에 드라마를 넘긴다. 회사 쪽에서 봤을 때는 드라마가 예능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외주제작사는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투자를 이끌어내 어떻게든 완성을 시킨다. 하지만, 만들어놓고 난 뒤 돈이 없어 매번 배우와 스태프 개런티 미지급사태가 터진다. 일단, 지급 능력이 있는 공중파에서 자체제작이 이뤄지면 개런티를 못 주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다. 회사를 설득해 자체제작을 활성화시키려면 드라마의 힘을 보여줘야 하고 그런 면에서 PD들도 생각의 폭을 넓혀야할 필요성이 있다. 결과적으로 단막극 등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 제작을 이뤄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정지원 기자 [cinezz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