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IOC 총회에서 '2018 평창'의 유치가 확정된 후 수려한 외모와 유창한 영어·불어 실력을 지닌 나승연(38) 유치위 대변인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나 대변인은 지난 해 4월 평창 유치위 대변인을 공식적으로 맡은 이후 각종 프레젠테이션(PT) 연사로 참가, 전 세계를 누비며 IOC 위원들에게 평창을 알렸다.
IOC 총회의 PT에서는 처음과 마지막 연사로 두 차례나 나서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평창을 호소했다. 평창 유치 성공 후 '더반의 꽃'으로 칭송받고 나 대변인을 만나 유치 뒷얘기, 완벽한 PT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의 비결, 워킹맘의 심정 등을 들어봤다. ▶안착희(jTBC 기자·아리랑 TV 시절 동료) -나 기억하지. 아리랑 TV와 이후 프리랜서로 뉴스 앵커, 학생 퀴즈쇼, 쇼 비즈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외에도 행사 MC 등 다양한 활동을 한 것으로 안다. 방송을 다시 할 수 있다면 어떤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그때 친구들이 기억난다. 지금 소속된 오라티오 회사도 그때 친했던 친구들과 만든 회사야. 다시 방송을 한다면 어느 쪽에 관심있냐구. 글쎄, 일단 연예 프로그램은 아닐 것 같아. 지금 딱히 어떤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아.
방송이 아니더라도 일 욕심은 많아. 향후 평창 조직위에서 일을 제안한다면 무슨 일이든 고려할 거야. 어떤 일을 할지 구체적인 생각은 못했지만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이병남(평창유치위 평가준비처장)-1년반 동안 대변인으로 일해 오셨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지난 2월 IOC 실사가 열리는 동안 매 순간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실사단이 가는 곳마다 두 세살 어린 아이들까지도 길거리에 나와 몇 시간을 추운 날씨 속에 기다리며 IOC 위원들을 반겨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울컥했죠.
그리고 컬링장에서 2018명의 시민들이 노래하는 것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어요. 가장 감동적이었죠. 이후 유치위 홍보 활동을 하면서 그 간절한 강원도민의 느낌을 전해주기 위해 그날 감동을 잊지 않고 항상 간직하려고 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난 5월 열렸던 테크니컬 브리핑의 준비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IOC 위원의 예상 질문을 약 500개나 뽑아서 대답을 준비했는데, 실제로는 질문을 딱 9개 받았어요.(웃음) 심지어 2개는 중복 질문이었죠.
뮌헨과 안시는 모든 IOC 위원들이 알고 있었지만 평창은 도시 자체를 모르는 사람도 많았어요. 심지어 평창이 2018 겨울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고 난 이후에도 아직도 평창을 '평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믿으시겠어요."
▶김만기(유치위 미디어부장)-2018 평창 겨울 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의 새싹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한국은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포함해 12개의 메달을 따면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2018년 평창에서는 더 대단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 믿습니다.
유치 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제대로 된 시설이 없어서, 코치도 없이 혼자 캐나다로 가서 훈련했다는 봅슬레이 등 겨울 스포츠 선수들의 애환을 많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차례 차례 겨울 올림픽 관련 시설들이 생기면 젊은 어린 꿈나무들이 많이 겨울 스포츠에 도전하길 바랍니다."
▶간호섭(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프레젠테이션에서 외모도, 스타일도 돋보였다. 여성 정치인이나 영부인들 중(마가릿 대처나 재클린 케네디, 혹은 카를라 부르니 등등) 닮고 싶은 패션 스타일이 있나요. 있다면 이유는 무엇인가요."특별히 닮고 싶은 분은 없습니다만 평소에 클래식하고 심플하고 편안한 디자인의 옷을 즐겨 입습니다. 옷이 불편하면 계속 신경쓰여서 일에 집중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지원(KBS N스포츠 아나운서)-나승연 대변인을 롤모델로 삼는 대한민국 20대 여성들에게 어떤 노력을 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나요. "자신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도전하세요. 저 같은 경우 10대 그리고 20대 초반에는 많이 방황했고 내가 무엇을 잘 하는지 몰라서 힘들었습니다. 아리랑TV를 들어가고 나서야 제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MC로 남들 앞에 서서 말하는 게 겁이 났지요.
그래도 계속해서 여러 장르의 MC에 도전했고 결국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위에서 일할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도 얻게 되었습니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본인이 무서워 하는 것들에 계속적으로 도전해보기 바랍니다. 생각과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선 제스처도 많이 사용하지 않고 눈빛과 목소리만으로 IOC위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나요."최종 PT를 하러 단상 올라가면 앞에 앉은 IOC 위원들의 얼굴이 안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더구나 행사장이 넓고 어두운데다 조명은 무대로 집중되었죠. 그런데 무대에 올라 앞을 보니 IOC 위원들의 얼굴이 보였어요.
조금 친한 위원들의 얼굴을 보고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말할 수 있었죠. 그렇게 하다보니 긴장했던 마음이 진정되고 떨림이 수그러들었어요. 앞에 프롬프터가 있었지만 원고를 다 외우고, IOC 위원들의 눈을 마주 보면서 말했어요. 서로 시선을 마주치면서 이야기하다보니 간절한 마음이 제대로 전달된 것 같아요."
▶김병만(개그맨) - 대본이 없어도 그렇게 말을 잘 할 수 있나요? 타고난 건가요 아님 연습벌레인가요. "처음부터 대본 없이 잘 말 할 수는 없겠지요. 더반 최종 PT를 위해서는 수없이 연습을 했습니다. 오랜 노력과 간절한 마음이 어우러져 큰 실수없이 PT를 잘 치른 것 같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내용을 알고 있기에 더 잘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을 공부하게 하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사실 스피치는 누구나 쉽지 않습니다. 책이나 뉴스, 드라마 등에서 아이가 관심을 갖는 내용을 뽑아서 계속 소리내여 읽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입니다. 저도 그랬듯이, 어려서부터 소리내서 읽게 하세요."
▶이상화(빙상 선수)-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너무나 수고하셨습니다. 겨울 스포츠 선수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앞으로 7년 동안 우리들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정말로 앞으로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모든 사람이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관심이 중요합니다. 7년 동안 꾸준한 관심으로 겨울 스포츠 스타들을 많이 키워야 합니다. 특히 2018년 2월에 평창 겨울 올림픽이 열리면 모든 경기장의 스탠드를 채워야 합니다.
경쟁 도시였던 뮌헨 유치위가 말했듯이 경기의 마지막 선수가 피니쉬라인에 들어올 때까지 풀스타디움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당장 이번 8월에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많은 IOC 위원들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약속했습니다. 특히 IOC 위원의 부인들이 직접 한국을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IOC 위원들은 제일 먼저 대구스타디움의 관중석을 지켜보면서 한국의 관심도를 지켜볼 것입니다. 스탠드가 가득차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자리를 비웠는지를 지켜봅니다. 만약 텅 빈 스탠드를 본다면, '한국에서 인기 없는 겨울 스포츠에는 얼마나 스탠드를 채울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것입니다."
한용섭 기자 [orang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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