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다는 심장이 더 단단해졌다. KIA 마무리로 복귀한 한기주(24) 얘기다.
한기주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5-2이던 7회말 1사 2·3루에서 마운드에 올라 급한 불을 껐다. 매 경기 후반마다 달아오르는 한화 타선을 2⅔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잠재웠다.
한기주는 17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퍼펙트 세이브를 따냈다. 이 경기에서 한기주를 재발견한 조범현 KIA 감독은 그를 마무리로 임명했다. 선발로 복귀한 지 사흘 만에 내려진 결정이었다.
단 두 경기였지만 한기주는 완벽에 가까운 마무리 솜씨를 보였다. 두 차례 세이브 상황에서 5⅔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맞았을 뿐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시속 147~152㎞ 직구를 2이닝 넘게 안정적으로 뿌렸다. 이렇다 할 위기를 만들지 않으면서도 길게 던졌다.
한기주는 오른쪽 팔꿈치 수술 후 20개월 만에 지난 14일 복귀전을 치렀다. 두산전 선발로 나와 3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선발 투수로서 80개 이상 던지기에는 벅찼다. 게다가 그가 선발로 던지면 불펜진의 과부하가 예상됐다.
조 감독은 한기주를 불러 "팀 사정상 네가 마무리를 맡아줘야 겠다"고 말했다. 한기주는 두 말 없이 지시를 따르겠다고 했다. 선발투수로서 길게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님을 인정하면서 "당분간 불펜에서 던지겠다"고 대답했다.
한기주는 2008~2009년 마무리를 할 때는 시속 150㎞를 훨씬 넘는 직구를 던지고도 표정이 불안했다. 제구가 뜻대로 되지 않았던 데다, 자신의 공을 100% 신뢰하지 못했다,
지금은 '불펜 에이스'로 손색이 없었다. 한기주는 "마운드에서 여러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포수만 보고 내 공을 정확하게 던지겠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구속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후반기에도 팀 우승을 위해 어떤 보직이라도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젓하게 말하는 모양새도 마무리의 그것이었다.
대전=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