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오빠들이 돌아왔다. 남성 2인조 캔(배기성·이종원)이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의 싱글 '눈부신 너에게'를 발표하고 방송과 공연을 넘나들며 정력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내생에 봄날은'을 목청껏 부르던 젊은 듀오도 이제는 데뷔 17년차 중견 가수다.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 후배들이 대기실에 우르르 몰려와 배꼽인사를 하고 갈 정도.
"가끔 '이제는 우리도 그만둘 때가 됐나'라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가요계에서 버텨줘야할 책임감도 느낀다. 우리가 버텨야 아이들도 오래 활동할 수 있다는 꿈을 꿀 것 아닌가." 데뷔 17년차 오빠들의 음악과 고민을 들어봤다.
-신곡 소개를 해달라. "'눈부신 너에게'라는 곡이다. 기존에는 우리가 앨범 작업을 거의 다했는데, 이번에는 손을 놨다. 대중의 관점에서 '좋은 노래'를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축가로 쓸 만한 곡이 없었는데 손색 없을 만큼 밝고 경쾌하다."(배기성)
-캔 특유의 남성적인 스타일을 많이 버렸다. 변화를 준 것인가. "소속사를 옮기면서 다시 시작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우리 색깔을 과감하게 버렸다. 데뷔 17년차 가수가 갈고닦은 색깔을 뺀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절실했다. 캔의 향후 음악 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다."(배기성)
-처음 들었을 때, 노래가 귀에 익었다. "멜로디가 쉽다. 한두마디 들으면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에 귀에 쏙쏙 들어온다. 드라마 OST로 들어간다면 더 대박 날 수도 있겠다. 잘 되는 노래들의 특징이 어디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라는 것이다."(이종원)
-캔 활동은 오래간만이다. "그렇게 오해를 하신다. 행사도 많이 했고 앨범도 매년 냈다. 그런데도 '왜 쉬고 계세요'라는 말들이 나와 속상하다. 아무래도 방송을 많이 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이번 곡으로 전체 방송횟수 2위를 하고 있다. 방송을 하니 반응이 나온다."(이종원)
-배기성은 그룹 M4로 꾸준히 활동했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캔에게도 유익하다. 캔이라는 그룹은 저속으로 꾸준히 가는 자동차다. 그러다보니 다른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야 팀을 알릴 수 있다. 기성이가 M4를 해야 행사라도 들어오지, 그렇지 않았다면 캔은 재기 불능까지 갔을 수도 있다."(이종원)
-최근 부친상을 당했다. 각오가 남다르겠다. "당연히 각오가 새롭다. 장가도 못갔고 활동도 쉬고 있을 때라 더 죄송한 마음이었다. 최근 운동을 시작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다."(이종원)
-아이돌이 캔을 보면 배꼽인사를 한다. "다들 착하고 귀여운 후배들이다. 아이돌은 버릇 없다는 편견이 있는데 선배들이 어려워서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경우라고 생각한다. 라디오 DJ를 해서 게스트로 아이돌을 자주 만난다. 비스트·제국의 아이들과는 절친이다. 천상지희 다나는 중학생 때 처음 봤는데 20대 숙녀가 되서 나타났다."(배기성)
-20살이 어린 아이돌과의 경쟁이 쑥스럽나.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버텨줘야한다는 생각으로 활동한다. 우리도 '이제는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가요계에서 버티고 있어야 그들도 '오래 활동 할 수 있다'는 꿈이 생기는 것 아닌가. 우리는 매년 나오지만 다음해가 되면 사라지는 아이돌이 많다. 우리는 절이고 아이돌은 중이었다."(배기성)
-'나는 가수다'가 뜨면서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럽기도 하면서 뿌듯하다. 연우씨는 토이 때 부터 좋아했다. 아직도 술 한 잔 걸치면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을 부른다. 범수도 좋아하는 동생이고, 정현씨도 오랜 팬이다."(이종원)
-출연 제의가 온다면. "붙어볼 수 있고, 자신도 있다. 하지만 캔은 '웃기는 그룹'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그런 무대에서 기존 이미지를 깨고 감동을 주려면 남들보다 150%는 더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이다. 13년 동안 버라이어티를 했는데 갑자기 감동을 준 다는 것이 쉽겠나. 펑펑 울면서 노래를 해야 가능 할 것이다. 캔의 비애다."(배기성)
-홍보대사를 참 많이한다. "아직 건실한 청년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 같다. 최근에 당뇨병 학회 홍보대사직도 맡았다. 건강해 보여서인지, 병을 앓아봤을 것 같아서인지 잘 모르겠다."(이종원)
-둘 다 실제로는 여성스러운 성격이라고. "별명이 '털난 여고생'이다. 하하. 섬세하다는 소리는 듣지만 그래도 남자다. 나이가 드니까 잔소리가 심해지는 것은 있더라."(배기성)
-결혼은 왜 안하나. "주영훈씨가 그러는데, 결혼 한 방이라고 하더라. 자기도 전혀 생각이 없다가 윤미 씨를 만났는데 이거다 싶었단다. 우리도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할 날이 오겠지. 결혼을 하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배기성)
-이번 앨범 활동의 목표는. "17년을 활동해서 '웃기는 애들이 노래도 잘하네'에서 '노래 잘하는 친구들이 웃기기도 하네'로 이미지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것이 목표다. 잘나가던 캔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알리고 싶다."(배기성)
엄동진 기자 [kjseven7@joongang.co.kr]
사진=제이제이홀릭미디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