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현행 해외진출 FA 자격 기준(7년)을 낮추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외국 구단에 비싼 이적료를 내고 선수를 영입한다. 그렇다면 국내 구단도 선수를 해외 구단에 팔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문제제기였다.
이 관계자의 말은 구단들 자신이 현재의 외국인 선수 고연봉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알려준다. 일간스포츠는 지난 9일자에서 국세청 소득신고 자료를 통해 2008~2010년 8개 구단이 연 평균 91억7700만원을 외국인 선수에게 지출했음을 밝혀냈다.
한 외국 구단 스카우트는 "올해는 지난해보다 금액이 더 클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일본 프로야구단이 미국 프로야구 출신 선수에게 첫 해 연봉으로 제시하는 금액이 4000만엔 정도다. 국내 구단은 현재 그 이상을 쓰고 있다"며 말했다. 중남미 에이전트들과 교분이 깊은, 한 프로배구 에이전트는 "웬만한 선수라면 50만~60만 달러가 한국 프로야구의 적정 몸값이라는 게 그들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구의 경우 한국은 선수 선호도가 유럽 국가 다음이다. 그래서 몸값도 유럽리그의 2~3배를 줘야 한다. 그러나 야구는 한국의 우선 순위가 높은 종목 아닌가"며 의구심을 표했다.
구단 입장에서도 할 말이 있다. 외국인 선수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단 관계자는 "국내에 오는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말했다. 대만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는 퇴출되면 대개 독립리그행을 택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퇴출된 뒤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선수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과거 외국인 선수 수준이 더블A급이었다면 지금은 메이저와 트리플A의 중간 수준이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젊어졌다. 이 관계자는 "이런 선수는 트리플A에서도 연봉 10만 달러를 받는다.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41만 달러)를 맞춰줘야 협상이 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투자 대비 효과도 낮지 않다. 9일 현재 평균자책점 순위 10위 안에 외국인 선수 5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지방 구단 단장은 "국내 FA 선수를 잡기는 쉽지 않다. 단기간에 팀 전력을 올릴 방법이 유능한 외국인 선수 영입"이라며 "현행 외국인 보유 한도(2명 보유·2명 출전)에서는 '육성형 용병'과 계약하기가 어렵다. 보유 한도가 늘어나면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관계자는 "보유 한도가 늘어난다고 해서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000년대 중반 현대 유니콘스 위기 이후 구단들은 '합리적인 경영'을 강조해왔다. 1999년 3757만원이던 프로야구 평균연봉은 2007년 8472만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 5년 연속 8000만원대로 안정세다. 연봉 총액은 2007년 이후 330억~34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야구 붐에 힘입어 구단 수입은 크게 늘었다. 롯데의 경우 지난해 그룹 광고비 120억원을 제외하고도 220억원을 벌어들였다. 수입 증가가 외국인 선수 몸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건 국내 선수들의 불만 요인이다.
최민규 기자 [didofid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