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내 때문에 '웨서방'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유명 배우 웨슬리 스나입스는 현재 탈세 혐의로 복역중이지만 여전히 큰 인기를 지니고 있는 스타다. 특히 액션 연기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스나입스를 단순한 육체미 스타로 생각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다. 스나입스가 뛰어난 심리 묘사를 동반한 작품이 바로 1998년작 '원 나잇 스탠드'다.
LA에서 CF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맥스(웨슬리 스나입스)는 매력적인 금발의 여인 카렌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 카렌은 맥스의 셔츠에 만년필의 잉크 얼룩이 생긴 것을 알려주고 옷을 갈아입게 도와준다. 맥스는 교통체증 때문에 돌아갈 비행기를 놓치게 되고 카렌과 콘서트를 함께 본다. 그리고 두 사람은 모두 재즈 싱어 니나 시몬의 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연은 또 한 번 그들 사이에 개입한다. 두 사람은 노상강도를 당하게 되고 겁에 질린 카렌은 맥스와 함께 있고 싶어한다. 새벽까지 공포에 떨고 있는 카렌을 달래주던 맥스는 카렌에게 키스를 하고, 두 사람은 옷을 벗기 시작한다.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 맥스의 몸 위에서 카렌은 니나 시몬의 목소리처럼 낮은 신음을 내며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영화 '원 나잇 스탠드'는 1990년대 후반의 미국에 여러 가지 센세이션을 던진 영화다. 일단 유부남과 유부녀의 정사를 아름답게 그렸을 뿐만아니라 미국 백인들이 경계하는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육체적 관계를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스와핑에 가까운 전개는 논란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사회적으로는 물의를 일으켰지만 평단의 반응은 거의 찬사 일색이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명감독 마이크 피기스가 만들어낸 장면들은 어느 하나 버릴 곳이 없었고 웨슬리 스나입스와 나스타샤 킨스키라는 두 주연배우 외에도 죽어가는 친구 찰리 역할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명연기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꿈과 같은 하룻밤의 정사가 끝나고, 맥스는 카렌을 잊고 1년을 지냈지만 운명은 또 한번 그들을 만나게 한다. 찰리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뉴욕을 찾은 맥스는 카렌이 찰리의 형수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죽어가는 찰리의 곁을 지키던 맥스와 카렌은 또 한번 키스한다. 카렌의 집으로 맥스는 아내와 함께 초대받는데 결국 카렌의 남편의 눈을 피해 부엌에서 우발적인 정사를 벌이기도 한다. 내용을 글로 표현하면 결국 부도덕한 불륜에 지나지 않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감정 연기와 그 섬세한 연기를 사려깊은 카메라 워크로 잡아낸 마이크 피기스의 솜씨를 지켜보게 된다면 결국 그들의 불륜은 아름다운 사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찬반양론이 들끓었던 마지막 반전은 이 영화가 문제작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증거이기도 하다.